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현지시각) 이호르 콜리카이예프 우크라이나 헤르손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군이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인구 30만명에 달하는 도시에 전력과 물이 끊겨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어 “암 환자, 약이 필요한 아이들 등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구호는 주민들이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항구도시로 지난 2일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시는 시청에 여전히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아 두고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지만 헤르손 주민들은 집과 건물에 갇힌 채 생필품을 사러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출을 한다고 해도 식료품 가게는 텅 비어 있고 약도 바닥난 상태다.
러시아군이 도시를 떠나려는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의 보건 당국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검문소 탈출을 시도한 2명의 남성에게 총을 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세무 변호사 안드리 아바는 “여성과 아이들을 이 도시에서 대피시키고 싶어도 불가능하다”며 “러시아군은 떠나려고 하는 사람에게 총을 쏜다”고 말했다. 주민 율리아 알레크시바도 “우리 가족들은 집에만 숨어 있다. 저녁 8시 이후로 나가면 러시아군이 총을 쏘며 사람들을 죽인다”고 말했다.
구급차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군은 진통 중인 임신부를 태우러 가는 구급차를 막아 세웠다. 도시 외곽에 살고 있는 한 임신부는 의료진과 화상 상담을 진행하며 진통을 견뎌야 했다. 산모와 아이는 하루가 지나서야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손에선 러시아군의 점령을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도 벌어졌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거리로 나와 러시아군과 대면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당시 영상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공중에 총을 쏘기도 했다.
헤르손 주민 스베틀라나 조리나는 “도시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꽂혀 있고 시장이 우크라이나인인 한, 나는 이 도시에 머물 것”이라며 “크림반도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일부가 되느니 차라리 폭탄을 맞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용감한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영감을 준다”며 “수천명의 평화로운 우크라이나인들이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 앞에서 러시아의 점령에 항의한다. 정말 대단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