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사전투표율이 36.9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19대 대선 대비 증가율 상위권에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이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당의 텃밭 지역이 일찌감치 표심을 결정하고 승기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증가율 하위권에는 격전지인 인천·경기와 보수 우세 지역인 경남·울산이 자리했다. 표심 결정이 늦어진 이들 지역이 본투표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서울경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의 19대·20대 사전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증가율 상위 6개 지역은 전북·대구·강원·전남·제주·경북 순이었다. 증가율 1위는 전북으로 53.7%(31.64%→48.63%)였다. 다음으로 △대구 52.2% △강원 51.6% △전남 51.1% △제주 50.6% △경북 50.5% 등의 순이었다. 제주를 제외하면 각 당의 우세 지역이 상위권을 독식한 것이다. 전체 증가율 41.7%보다 10%포인트 내외 높은 수치다. 이는 각 당 지지자들이 일찌감치 표심을 결정하고 투표에 나선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전남·북의 경우 비록 최근 국민의힘 지지세가 상승하고 있으나 민주당이 득표율 80% 내외로 압승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이 투표율 80%, 득표율 80%인 ‘8080’을 목표로 삼은 지역이다. 강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외가 고향이어서 지지세가 여느 때보다 강하다. 다만 호남의 사전투표율 증가에는 최근 국민의힘에 마음에 열고 있는 2030세대가 일부 기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전투표 증가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으로 27.9%(34.48%→44.11%)였다. 그 다음으로 △울산 32.3% △대전 32.8% △경남 33.8% △경기 35% △인천 39.8%였다. 수도권과 충청 도시권역, 부산·경남(PK) 등 세 지역에서 표심 결정이 상대적으로 늦은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들 지역 유권자들이 다른 지역 유권자들보다는 고민이 좀 많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도민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지사 시절 공적과 대장동·법인카드 의혹 사이에서 투표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기본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지역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남·울산은 그간 민주당에 표를 줬던 젊은 층이 다시 보수로 회귀할지 고민에 빠졌다는 해석도 있다.
광주가 다른 호남 지역보다 증가율(43.4%)이 낮은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민주당 경선 때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가 높았던 만큼 이 후보에게 마음을 못 붙이고 윤 후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사전투표 증가율이 낮은 지역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남은 선거 기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각 당 거점 지역의 사전투표 증가율이 높은 것이 상대 당 지역을 자극해 더 결집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호남과 TK는 항상 작용·반작용 원리로 움직인다”며 “호남에서 뭉쳤기에 본투표 때 대구 결집이 더 높아질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