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캔슬 컬처






‘해리 포터’를 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J K 롤링이 2021년 트랜스젠더 운동가들로부터 폭행·강간·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화장실·탈의실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가 성 소수자들로부터 ‘캔슬 컬처(Cancel Culture)’ 공격을 받은 것이다. 트위터 댓글에는 ‘우편함에 아주 멋진 파이프 폭탄이 있기를 바란다’는 협박성 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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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슬 컬처는 2010년대 미국에서 10~20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온라인 왕따 문화다. 잘못을 저지른 유명인을 대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팔로우를 취소하면서 바로잡으려는 사회운동으로 출발했다. 특히 인종·젠더 등의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언행을 한 이들에게 ‘당신은 삭제됐어(You’re Canceled)’ 등의 메시지와 검색을 돕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비판 대상자들이 논란에 휘말려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관련 방송이 취소되는 사태가 적지 않았다. 영국의 노예 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 철거 등 과거 식민지 시기 인물 흔적 지우기를 이 범주에 넣기도 한다. 2019년에는 호주 ‘맥쿼리 사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될 정도로 영미권에서는 보편화됐다. 이를 둘러싸고 ‘사회정의를 위한 올바른 비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 등 정반대 견해들이 제기돼 논란이 벌어졌다.

러시아 볼쇼이 극장 음악 감독(수석 지휘자)이자 프랑스 툴루즈 관현악단 지휘자인 투간 소키에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라는 압박을 받다가 두 자리 모두 사임한다고 한다. 소키에프는 러시아 캅카스 소수민족 지역 북오세티야 출신의 지휘자다. 그는 “많은 음악가가 ‘캔슬 컬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친애하는 러시아와 프랑스 음악가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해온 러시아 음악가들의 서방국 공연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돼 피해를 입는 러시아 예술가들은 푸틴이 하루빨리 침략 전쟁을 멈추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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