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증상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앓는 경우에도 기억·인지·후각 등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이 떨어지는 등 구조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7일(현지시간) CNN·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그웨나엘 두오드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진자 401명과 비감염자 384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비교한 결과 경증 코로나19를 앓은 사람들도 회백질 양이 감소하고 뇌 노화현상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참여자들은 2012년 시작된 영국 건강 데이터베이스 사업 '바이오뱅크'에 참여한 51~81세 노장년층이다. 이들 중 401명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 사이에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람들로 입원 치료를 받은 15명 외에는 모두 경증이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전과 감염 4~5개월 후 이들의 뇌를 MRI로 촬영해 비교하고, 이를 비슷한 연령과 건강상태,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가진 비감염자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감염자는 기억·후각 관련 부위의 회백질 양이 비감염자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매년 0.2~0.3% 정도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회백질이 비감염자들보다 0.2~2%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뇌에서는 냄새 및 기억과 관련된 영역인 안와전두피질과 해마곁이랑의 회백질 두께가 얇아지는 등 확진 후 4~5개월까지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고, 후각피질 영역의 손상과 뇌 크기의 전반적 감소 경향 등도 보였다. 또 치매와 관련된 인지 장애를 진단하고 뇌 기능 및 정보처리 속도를 측정하는 신경심리 검사법인 '선 추적 검사'에서는 회백질이 많이 감소한 사람일수록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오드 교수는 "경증 환자들까지 뇌에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데 매우 놀랐다"면서 영향은 대부분 후각 관련 부위에 나타나고 있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뇌에서 관찰된 비정상적 변화들은 대체로 후각 상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여 시간이 흐르면서 후각을 회복하면 뇌 변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변화는 1~2년 후 다시 참가자들의 뇌를 촬영해 분석하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