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메뉴판서 사라지는 '연어초밥'…이것도 '푸틴' 때문?

■'러, 우크라 침공' 외식물가로 불똥

노르웨이산 연어 러시아 상공 우회

운임비 급증하며 일주일새 10%↑

연어 주재료 외식업자 메뉴서 삭제

러시아산 대게도 열흘새 46% 껑충

사태 장기화땐 '먹거리 폭등' 우려


“연어와 육회를 주로 팔고 있는데 연어 가격이 너무 올라 가게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연어 초밥, 연어 덮밥을 메뉴에서 삭제했습니다.”

“연어 납품 단가가 급등해 가격 인상을 공지했는데 이때부터 주문이 뚝 떨어졌네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수산물은 물론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경유 등 연어의 항공 수송 길이 막히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어를 주 메뉴로 내세운 외식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영업 포기를 검토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인상했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8일 ‘수산물경매정보’에 따르면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1㎏당 2만 1100원에 거래됐다. 이달 1일 기준 1만 9000원 대비 1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달 중순과 비교하면 무려 30% 가까이 인상됐다. 외식 자영업자들이 도매업체로부터 납품받는 단가는 더욱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에서 연어 메뉴를 판매하는 한 자영업자는 “현재 ㎏당 2만 8000원까지 공급 받고 있다”며 “도매업자로부터 다음 주에는 연어 수급 자체가 불가능해져 ㎏당 3만 원대를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연어 판매를 중단한다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 녹양동에서 횟집을 하는 한 점주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당분간 연어 롤, 연어 덮밥 등을 판매하지 않는다. 다른 메뉴에 들어가는 연어 양도 조절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한 일식 전문점은 연어 가격 인상을 알리며 “연어 가격이 안정되면 판매가도 꼭 낮추겠다”고 불가피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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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항공 운임 상승이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주로 항공기를 통해 운반되는데 러시아 항공길이 막히며 우회로로 운행해야 하는 탓에 항공 운임비가 상승해 연어 원가 자체가 높아졌다. 수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상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급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의 연어 수요가 회복되면서 연어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연어 가격 상승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수산물 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거래된 러시아산 대게의 평균 낙찰 가격은 ㎏당 4만 5400원으로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3일 거래된 3만 1100원과 비교해 45.9%나 상승했다. 7일 기준 러시아산 냉동 명태(21.5㎏)의 평균 도매 가격도 한달 새 3만 5,000원에서 3만 9200원으로 올라 판매됐다. 특히 비싼 식재료인 대게와 달리 국민 먹거리인 명태의 경우 가격 급등 폭이 아직 크지 않지만 명태 수입의 80%가량이 러시아산이라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밥상 물가를 급격히 끌어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와 대형 유통 마트 등은 비축 물량, 산지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당분간 큰 가격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명태의 경우 재고량이 10만 3285톤에 달하는 만큼 당분간 명태 수입이 제한되더라도 오는 10월 중순까지는 공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지 않을 경우 큰 폭의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도 “명태 등은 이미 계약 물량이 확보돼 있고 다른 수입 어종 역시 물량이 충분하다”며 “대게·킹크랩의 경우 러시아가 아닌 미국산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산물뿐 아니라 가공식품 등 전체 먹거리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 작물인 밀과 옥수수의 공급 중단 우려로 2월 곡물 가격지수는 1월(140.6포인트)보다 3.0% 상승한 144.8포인트를 기록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단 밀과 옥수수 수입량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10% 수준이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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