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제와 '플랫폼 갈등 해결사' 자처한 기재부

[올해 '한걸음모델' 과제 선정]

중재 거부하는 변협 유인 묘수없이

법률플랫폼 '로톡' 분쟁해결 나서

주무부처서 이미 합법 결론 내려

정권 말 성과 '숟가락 얹기' 지적





기획재정부가 플랫폼 업체와 대한의사협회·대한변호사협회 등 직능단체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한걸음 모델’을 꺼내 들었다. 한걸음 모델은 혁신 산업이 발달해 기존 사업자와 갈등을 벌이면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이해관계 조정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주무 부처들이 플랫폼 업체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기재부가 뒤늦게 양쪽의 ‘양보’를 요구하는 한걸음 모델을 적용하는 게 ‘숟가락 얹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한걸음 모델 추진 계획 수립 당시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 과제만 추진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법률 광고 플랫폼’을 검토 과제로 추가했다.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와 의협 간 갈등,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과 변협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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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두고 기재부가 정권 말 플랫폼으로 성과를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이 정부의 중재를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걸음 모델에 변협을 끌어들일 묘수도 없이 성급히 과제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재부가 애초에 로톡 관련 과제를 추진하지 않은 것도 변협을 설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한걸음 모델은 기업이나 기재부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벌이는 집단이 다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남언니와 로톡 관련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법무부 등이 이미 ‘합법’ 결론을 낸 상태에서 정부가 플랫폼을 키워주기는커녕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의료법에 따라 강남언니의 서비스 모델이 합법이라고 결론 냈다. 로톡은 지난해 법무부에서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받은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과 관련해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한걸음 모델을 통해 갈등이 제대로 해결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지난 2020년 9월 상생안을 도출한 ‘농어촌 빈집숙박’의 경우 ‘연 300일 50채 이내에서 시범 운영’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산림 관광(하동 알프스 프로젝트) 과제에서는 ‘원점 재검토’ 결정이, 도심 공유 숙박 과제에서는 ‘민관 협의체에서 재논의’ 결정이 나왔다. 지난해 추진된 단초점 안경 전자상거래 과제 결론도 관련 연구 용역을 추진한다고 합의하는 데 그쳤다.

플랫폼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각 부처는 플랫폼 규제 권한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두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갈등을 벌였고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플랫폼과 관련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한쪽이 잘못했으면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인데 양쪽의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가 플랫폼을 키우기보다는 규제에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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