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크래프톤이 나란히 인도의 콘텐츠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최근 현지 모바일 인프라가 크게 개선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인도 시장은 중동 지역 등 인근 신흥 시장으로의 교두보 역할도 하는 만큼 양사가 초기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한 포석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인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쿠쿠FM’의 2000만 달러(약 247억 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리드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네이버도 굿워터캐피탈, 탕린벤처파트너스와 함께 인도의 또 다른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포켓FM’에 6500만 달러(약 784억)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단행했다. 쿠쿠FM은 경제, 정치 등 시사 관련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반면, 포켓FM은 로맨스·호러 등 장르물 오디오북을 주력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이 인도 콘텐츠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네이버아시아그로쓰펀드펀드를 통해 지난해에만 3곳의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그 중 두 곳이 ‘인도판 틱톡’ 트렐과 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셰어챗’이다. 양쪽 모두 유저 창작 콘텐츠(UGC·User Generated Contents)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크래프톤 또한 지난해에만 인도 지역 스타트업 6개에 8000만 달러(약 949억 원) 가량을 투자했고, 그 중 웹소설 플랫폼 ‘프라틸라피’에 가장 많은 금액(515억 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도 게임 개발사 ‘노틸러스’에 65억 원을 투자해 누적 투자액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대표 IT 거물들이 잇따라 인도 콘텐츠 플랫폼에 베팅하는 이유는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2020년 190억 달러에서 2023년 306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실제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data.ai(구 앱애니)에 따르면 인도인이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쓴 시간은 지난 2019년 대비 52%나 증가해 인도네시아(93%), 일본(55%)에 이어 증가율 3위를 기록했다. 2016년 22%에 불과했던 스마트폰 보급률이 최근 54%까지 급증한 데다가, 인구의 50% 이상이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인 청년 층이라는 점이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었다.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으로의 진출 발판이 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인도는 중동·북아프리카와 지리적, 문화적으로 밀접한 만큼 인도에서 흥행 시 해당 지역으로 뻗어나가기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콘텐츠 시장이 태동 중이다. 종교적 이유로 대중문화를 억압해 왔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월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육성에 11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