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규모의 콘텐츠 방영을 앞둔 국내 미디어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작품들의 잇따른 흥행으로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요 수출주들의 실적 우려가 심화된 가운데 대외 리스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점 역시 미디어주들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4% 넘게 하락한 지난 한 달 동안(2월 8일~3월 8일) 주요 콘텐츠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 8일 전일 대비 1.82% 오른 8만 9500원으로 거래를 마친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은 지난 한 달간 대비 주가가 13.58% 올랐다. 제이콘텐트리(036420) 역시 8% 가까이 오르며 6만 원선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SNL코리아’ ‘지리산’ 제작사 에이스토리(241840)는 이 기간 주가가 27.17% 뛰었다.
올해 국내 미디어 업체들이 누릴 콘텐츠 호조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실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는 각각 역대 최다인 32편, 30편의 콘텐츠 편성을 확정했다. 에이스토리 역시 총 5편의 드라마를 편성했고 키이스트(054780)는 총 500억 원 규모의 텐트폴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제작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OTT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추가 증편을 통해 각각 최소 25편, 20편의 국내 방송물을 편성할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의 경우 순수 한국 시장에 투자한 규모가 지난해 5000억~6000억 원에서 올해 1조 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방송사 편성 축소로 주가가 부진했으나 올해 OTT향 콘텐츠가 가파르게 늘면서 모든 제작사들이 예외 없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콘텐츠 플랫폼 업체가 한국 드라마에 대한 방영을 시작하며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 역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는 이달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포함한 3편의 한국 드라마 방영을 시작했다. 이로써 올해 중국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총 5편으로 늘었다. 호평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 내 방영되는 한국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요 수출주들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진 점 역시 지정학 리스크가 적은 미디어 업체들의 투자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체 지식재산권(IP)을 많이 보유한 업체들의 증익 모멘텀에 주목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판권을 많이 갖고 있거나 향후 라인업 중 자체 IP로 제작한 작품이 경쟁력 있어 보이는 제작사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