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무력 강화 천명한 北… 한미 ‘원팀’으로 봉쇄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5개년 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것임을 대놓고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정찰위성을 띄우려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게 되는데 이는 ICBM과 기술적으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감행되는 미 제국주의 침략 군대와 그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적대적 군사 행동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북한 최고 권력자가 한국 대선 다음날 의도적으로 무력 강화를 천명하고 투지를 불태운 속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보도 시점이 이날 새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직후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향후 5년간 한국을 이끌어갈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첫 번째 움직임이 ‘ICBM 카드’를 통한 위협인 셈이다. 앞서 북한은 1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했다. 이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연달아 쏘아 올린 뒤 이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2018년 폭파했다고 주장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에 최근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등 핵실험 준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게다가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태양절)에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열어 신형 ICBM을 선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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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과 ICBM 카드를 흔드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윤 당선인에게 서둘러 축하 전화를 걸어 “미국은 북한 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은 한반도 상황의 위급성을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며 윤 당선인에게 취임 이후 백악관을 방문해줄 것을 제안했다.

윤 당선인은 5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조속히 만나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 이전에라도 한미 양국은 문재인 정부 기간에 발생했던 대북 정책을 둘러싼 엇박자를 해소해가야 한다. 그래야 올해 들어 아홉 차례의 미사일 발사 도발도 모자라 ICBM 카드까지 꺼내 한반도 주변 지역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려는 북한의 망동을 막아낼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번영을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훼손됐던 한미 동맹의 ‘원팀’ 정신을 복원해야 북한 도발 봉쇄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북핵 폐기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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