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고]세계경제 '퍼펙트스톰'과 한-멕시코 FTA 재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원자재 수급 불안·물류차질 등에

공급망이 통상정책 화두로 떠올라

FTA도 포괄적 경협 플랫폼 진화

양국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기대





그야말로 ‘퍼펙트스톰’이다. 세계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휘청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원자재 수급 불안, 원유 가격 급등, 물류 차질 등 공급망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통상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간의 통상이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을 위한 교섭에 집중해왔다면 지금의 통상 정책은 산업 정책과 연계한 공급망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커버하는 59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활용, 우리 산업의 글로벌공급망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공급망 위기에 신속 대응하는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미중 갈등, 기술 동맹 등 국제 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디지털 통상 질서에도 선제적으로 참여하며 통상이 실물 경제에서 국부를 창출하는 데 적극 기여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필자는 이달 1일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 14년간 중단됐던 한·멕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재개를 선언했다. 멕시코는 우리의 중남미 최대 교역국이고 우리는 멕시코의 세계 4대 교역국이다. 양국은 개방적 통상 국가이며 공급망 협력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지난 2008년 중단된 FTA 협상은 두 차례 정상회담 등 여러 노력에도 재개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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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급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요소수 사태 때 우리는 멕시코에서 급히 필요한 요소수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망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하다. 한국과 멕시코가 각각 아시아와 중남미의 거점으로서 서로에게 더욱 필요한 협력국이 된 것이다.

앞으로 추진할 한·멕 FTA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제는 FTA가 시장 개방을 넘어 포괄적 경제 협력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급망 협력 확대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2차전지·전기차 등 미래 산업 공급망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고 멕시코는 구리·아연·형석 등 핵심 원자재의 세계적 생산국이다. 구리는 2차전지 핵심 소재이고 형석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수소의 원료이다. 자원·에너지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입처 다변화에 꼭 필요한 협력국이 아닐 수 없다. 향후 FTA를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로 양국 간 공급망 연대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교역·소비 시장 확대이다. 철강·자동차·가전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멕시코 관세는 10~20%에 이른다. 멕시코와의 FTA로 무관세 혜택을 받는 일본·미국·EU 등 경쟁국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멕 FTA는 양국 간 관세 철폐뿐만 아니라 통관 절차 등 비관세 장벽도 낮춰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또 멕시코를 교두보로 북미와 중남미 시장 진출에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통상 질서에 대응 공조이다. 지금 통상은 상품·서비스의 교역을 넘어 공급망, 첨단 기술, 산업, 기후변화, 보건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통상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규범들이 논의되면서 유사 입장국 간 협력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멕 FTA는 새로운 통상 질서에 대응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최근 개봉된 ‘스파이더맨:노웨이홈’을 보면 서로 다른 평행 우주에서 온 스파이더맨들이 힘을 합쳐 고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나온다.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평행 우주처럼 유사한 개방형 통상 정책을 펼쳐온 한국과 멕시코가 새롭게 추진될 한·멕 FTA를 기반으로 세계경제의 퍼펙트스톰을 함께 극복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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