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또래보다 크다고 좋아했는데…"우리 아이, 성조숙증일 수도?"

남아 만 9세·여아 만 8세 이전에 사춘기 시작되면 의심 필요

부모가 자녀 비만예방·균형잡힌 식사 적당량 섭취 도와야

성장 속도 정기적으로 확인·의심되면 즉각 성장클리닉 방문해야

비만관리는 성조숙증 예방의 첫걸음이다. 이미지투데이비만관리는 성조숙증 예방의 첫걸음이다. 이미지투데이




내 아이를 또래보다 크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만 10세 전에 사춘기가 시작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성조숙증은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여아의 경우 만 8세,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사춘기가 시작된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동반되는 신체적 변화를 눈여겨 보라고 권고한다. 남아는 고환의 용적이 4cc 이상(어른 엄지손톱 정도 크기), 여아는 가슴에 몽우리가 잡힌다면 사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영준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균형 잡힌 식사를 적당량 섭취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이의 성장 속도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성장클리닉에 방문해 적절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 성조숙증, 성인이 되었을 때 평균 키에 못 미치는 경우가 다반사


성호르몬은 크게 2차 성징을 유도하고 성장판을 자극하는 2가지 역할을 한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된 아이들은 성호르몬이 성장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경향이 있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조기에 성장이 끝난다. 결국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빨리 큰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신체적인 변화를 주의 깊게 보다가 조금이라도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 크는 ‘속도’를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현재 키가 또래보다 크다고 해서 모두 성조숙증인 것은 아니다. 아이의 현재 키보다는 키가 크는 속도를 더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키와 몸무게를 체크해 성장 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성장 속도가 최근에 급격히 빨라졌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다.


◇ 여아의 초경 나이, 점차 어려져…환경·식생활 변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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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성조숙증 진료 인원은 13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출산율이 점차 낮아지는 것과 대비된다. 여아의 초경 나이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한 현상이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초경 연령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최근 12.6세까지 앞당겨진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환경이나 식생활의 급격한 변화가 인체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 변화를 야기해 사춘기를 앞당기고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나 플라스틱 등의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신체의 내분비계에 악영향을 끼쳐 사춘기를 앞당긴다는 것이다. 이외에 유전적인 요인이나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도 성조숙증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 사춘기 지연 주사제로 치료 가능…부작용 위험 낮아


성조숙증은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치료에 앞서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추성 성조숙증이란 성조숙증의 원인이 뇌의 시상하부나 뇌하수체 등의 중추성에서 유래하는 경우다.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샘 축’의 조기 활성화로 인해 성호르몬이 정상보다 일찍 분비되어 발생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추성 성조숙증인데, 치료를 위해서는 사춘기 지연 주사를 4주~12주 간격으로 처방 받게 된다. 드물게 나타나는 말초성 성조숙증은 고환이나 난소에 종양이 있어서 성호르몬이 다량 분비되거나 약품이나 화장품 등에 의해 성호르몬에 노출되어 발생한다. 각 원인에 맞게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성조숙증 치료를 받으면 아이의 키가 더 자라지 않거나 여아의 경우 불임이 될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춘기 지연 주사제로 인한 부작용은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적절한 치료는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해 키가 꾸준하게 오랜 기간 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부분은 주사 맞은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붓는 등 일반적인 주사 부작용 정도에 그친다.

◇ 비만 관리, 성조숙증 예방의 첫걸음


성조숙증 예방의 첫걸음은 비만관리다. 아이가 일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성인용 화장품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회용 용기나 플라스틱, 성인용 화장품 등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성분들이 2차 성징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키를 키우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들은 함부로 먹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부득이한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에 섭취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준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준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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