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해진·김범석 이어 김범수도…이사회 사의는 '글로벌 올인' 공식?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의

"해외시장 집중하기 위해 떠난다"

지난해 논란 후 글로벌 요구 커져

네이버·쿠팡 창업자도 내려놓으며

"글로벌 사업 확대 위해" 내세워

넥슨 김정주 사임 후 비게임 발굴

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9월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감사 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제공=연합뉴스이해진(왼쪽)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9월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감사 대상기관 종합감사에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제공=연합뉴스




카카오(035720)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 놓으며 앞서 네이버, 쿠팡 등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해외로 나간 정보기술(IT) 업계 창업자들과 비슷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두 창업자들이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길을 돌린 뒤 글로벌 진출이 탄력을 받은 만큼 카카오도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장은 지난 14일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카카오 이사회에서 내려와 업무 중심을 글로벌 확장에 두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2007년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은 뒤 15년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일본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콘텐츠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1등 웹툰 플랫폼 ‘픽코마’ 운영사 카카오픽코마를 앞세워 카카오웹툰,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카카오의 다양한 플랫폼과 협력해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2000년 한게임재팬을 설립해 일본 시장을 개척한 바 있고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 사내이사를 맡아 현지 사업에 직접 참여해 왔다. 카카오 측은 “김 의장은 지금의 카카오를 일궈낸 성공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픽코마 중심의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카카오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의장의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는 앞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새 성장동력인 블록체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자회사 ‘크러스트(KRUST)’와 비영리법인 ‘클레이튼 재단’을 세웠다. 크러스트에는 김 의장의 최측근인 송지호 전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과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 신정환 전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포진했다. 김 의장도 직접 싱가포르를 오가며 블록체인 사업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크러스트 설립 즈음부터 김 의장이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사퇴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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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해 말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 사업 확대 논란까지 터지며 카카오가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다. 김 의장은 국정감사에서 카카오가 국내 사업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에 대해 “글로벌은 제 꿈이자 모든 크루(카카오 임직원)들의 꿈으로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지금 웹툰은 일본에서 1등을 하고 있고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북미 쪽에서도 공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진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창업자가 위기 속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모습은 네이버 등 다른 IT 기업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2017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데 이어 이듬해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앞서 네이버도 문어발 사업 확대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고, 특히 이 GIO가 총수(동일인) 지정 논란을 겪던 상황이었다. 총수에 지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를 비롯해 가족 등과 관련한 지배구조 면면을 관리·감독하게 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GIO가 자신의 지배력이 크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사직을 그만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네이버에서는 “총수 지정과 관련 없이 이 GIO가 글로벌 투자·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이후 해외에서 웹툰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국내부터 유럽, 일본, 동남아로 이어지는 인공지능(AI) 벨트 구축,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 간 경영통합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한국법인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쿠팡 역시 “미국 등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김 창업자도 총수 지정 논란이 있던 상황이었다. 비슷한 행보에도 이 GIO는 총수에 지정된 반면 김 창업자는 공정위의 그물망을 피하며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인(故人)이 된 넥슨 김정주 창업자도 생전에 글로벌 투자에 집중한다는 목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먼저 지난 2006년 넥슨 대표에서 물러나 지주사인 엔엑스씨(NXC) 대표를 맡은 뒤 신사업 발굴을 위해 비게임 분야 투자를 활발히 했다. NXC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노르웨이 유아용품업체 스토케, 승차공유 회사 리프트, 유럽 가상자산거래소 비트스탬프, 미국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이 있다. 그는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글로벌 투자 기회 발굴과 고급 인재 영입에 전념하겠다며 넥슨 지주사 NXC 대표직 마저 내려놓기도 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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