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알박기 인사·사면 등 전방위 충돌…권력 이양 가시밭길 예고

■文-尹 회동 4시간전 전격 무산

한은총재·선관위·감사원 인사 갈등설

'민정수석실 폐지'에 靑불쾌감도

MB사면 이슈도 文에겐 큰 부담

尹 당선인-靑 갈등의 골 깊어져

취임전까지 파열음 더 커질수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무산된 16일 청와대(위쪽)와 윤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아래쪽).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무산된 16일 청와대(위쪽)와 윤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아래쪽). 연합뉴스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이 회동 4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되면서 신구 권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양 측은 의제 등을 다루기 위한 실무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댔으나 정치권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근 윤 당선인 측이 ‘인사 알박기’ 항의부터 시작해 각종 사안을 두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을 비롯, 6월 지방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 핵심 사정 기관인 감사원의 인사가 갈등의 핵심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5년 만의 정권 교체라는 초유의 정치적 변화 속에서 양 측이 취임 전까지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8시 브리핑에서 “오늘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으로 같은 입장을 냈다.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 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며 함구했다. 그러면서 “실무자 차원 협의는 계속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4시간 전에 취소되자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나 해서 자연스럽게 조율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실무 협상을 진행하며 회동 일정을 잠정적으로 잡아뒀는데 언론을 통해 일정이 공개되면서 취소된 모양이 나온 것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양 측이 각종 사안을 두고 충돌한 탓에 결국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 측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가장 강력한 갈등 뇌관은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비롯한 임기 말 인사권 문제가 그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현재 공석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놓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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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측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또 다른 뇌관은 공기업, 공공 기관 등 인사로 지목된다. 당선인 측은 14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에 취임 전까지 인사를 협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전날 상임위별로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 등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현황’ 전수조사를 시작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결국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이 전날 사전 회동에서 여전히 간극을 메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의 취임 뒤에도 임기를 이어갈 인사들에 대한 거취 압박이 시작된 것도 갈등의 축으로 떠올랐을 수 있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 기관, 공기업 인사들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는 스스로 거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라디오 출연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당선된 지 일주일 만에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는 반발을 자아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의 민정수석실 폐지 일성을 두고는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14일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의 차담회에서 “과거 사정 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약한 사항에 대해 실천 의지를 다시 강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민정수석실은) 법령에서 정한 업무와 소임에 충실해왔다는 점을 다시 밝혀드린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의 발언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매도하는 말로 받아들이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에 가만있지 않았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헌정사에 불법 관권 선거 사례로 길이 남을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을 총괄 지휘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범죄 집단의 소굴 아니었느냐”며 청와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가 입장을 내면 국민의힘에서 반격하는 식의 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이 건의할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이 비록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추진한다지만 여권 지지층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면 이슈에 문 대통령의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측이 여론 몰이식으로 압박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면이니 인사 협조니 줄줄이 회동 조건을 달고 마치 압박하는 모양새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만 장 실장은 “사면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 있다”며 “그런 것으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조권형 기자·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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