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 시행됐다.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법률 검토와 대응방안 수립에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왔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고 제3자에게 도급이나 위탁을 한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할 수도 있도록 한다. 해당 법인 또는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다. 그동안 사망자가 발생한 산업재해가 빈번하였음에도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법률 검토 의뢰를 최근 1년간 여러 번 받았다. 기업들의 고민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지가 대부분이었다. 기업들마다 사업장을 운영하는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기업은 국내 여러 곳에 서로 다른 업무를 하는 여러 개의 사업장을 두고 있고 어떤 기업은 한 개의 장소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결국 안전보건관리체계는 기업의 구체적인 사업장 구성 및 업무 형태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창기 상황이라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없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 중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례가 없는 만큼 검찰과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처벌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사례가 법원 판례로 정립될 때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1심의 판단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길게는 3~4년을 기다려 봐야 할 수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서 가장 논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념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별도로 선임하는 방법을 취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주가 대표이사직에서 아예 사임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중대재해법 처벌 규정의 중요한 개념이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에 있는 이상 별도로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를 두거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있는 경우도 기업주가 사실상 사업장의 운영과 관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법정에서는 기업주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첫번째 기소 사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