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의 러브콜 1순위였던 테슬라를 제치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해외 주식 직구족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올라섰다. 중국 대형주들이 코로나19 재확산세와 미중 갈등 심화 등 동시다발적 악재로 금융위기 수준까지 주가가 급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16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로 나타났다. 이 ETF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 우량 기업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3거래일간 해당 ETF에 대한 순매수 규모는 9552만 달러(약 116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 상위권에 함께 오른 테슬라(8981만 달러)·애플(7700만 달러)·아마존(1817만 달러)의 기록을 훨씬 웃돈다.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 거래량 폭증에는 홍콩H지수의 반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앞서 지수 폭락의 발단이 됐던 미중 회계감독권 갈등에 대해 중국 정부가 미 금융 당국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한 해소 가능성을 내비치자 항셍테크지수가 하루 만에 20%가량 급등하며 홍콩H지수의 상승을 견인했다. 이에 개미들도 즉각 반응했다. 홍콩H지수가 12.50% 치솟았던 16일 서학개미들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를 8716만 달러 순매수했다. 이날 순매수 2위였던 테슬라(7290만 달러)보다도 1426만 달러 더 많이 사들인 것이다.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의 하루 수익률도 9%가량 급등했다. 이날 TIGER차이나HSCEI, KBSTAR차이나HSCEI, KODEX차이나H는 각각 9.29%, 9.05%, 8.82% 상승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인 KODEX차이나H레버리지는 16일 하루에만 20.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금리 인상 스케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글로벌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살아난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해당 ETF는 해외 투자자들의 수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텐센트·알리바바·샤오미 등 중국 기술주를 대거 포함하고 있다. 16일 텐센트(23.15%)·알리바바(27.30%) 등은 급등하며 같은 기간 함께 상승 전환한 엔비디아(6.63%)·알파벳(3.16%) 등 미 주요 기술주들의 오름폭을 압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의 플랫폼 규제 리스크,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 등 홍콩 증시의 변동 폭을 키울 수 있는 대내외적 악재들이 남아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금융 안정 긴급회의를 주재해 투자자 달래기에 나서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및 인플레이션 리스크 역시 여전해 바닥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갖은 악재를 반영하며 역사적 최저 밸류에이션까지 하락한 만큼 작은 호재에도 예민한 민감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제기된다.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H지수 하락의 트리거였던 정부의 플랫폼 규제 기조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며 “당분간 상하방 모두에서 변동장 장세 반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