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전쟁·금리공포 완화에 안도랠리…"2600선서 단기 바닥 확인"

[긴축시대 본격 진입]국내 증시 영향은

中·日 등 아시아 증시 일제 상승

外人 '사자' 코스피도 1%대 반등

북한 도발 등 돌발 악재 우려에

당분간 높은 변동성 지속될 수도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감소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가 안도 랠리를 이어 갔다. 아시아 증시의 반등 속에 한국 증시도 3일째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동안 매도 물량을 쏟아 내던 외국인투자가들도 달러 강세가 주춤하면서 9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서며 수급 부담을 크게 줄였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가 정점을 지난 만큼 2600 선에서 코스피지수의 단기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유가 등 원자재 ‘인플레이션’ 뇌관이 여전히 살아 있고 국내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의 돌발 악재도 우려된다. 이에 증시가 상승 궤도로 들어서기 전까지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7일 아시아 증시는 전날 뉴욕 증시의 상승 바통을 이어받아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4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 선전종합지수는 2.24% 올랐다.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24%, 나스닥지수는 3.77%(487.93포인트) 뛰었다.

한국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33%(35.28포인트) 오른 2694.51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66%(44.04포인트) 높은 2703.27에서 시작해 1%가 넘는 오름세를 이어 갔다. 장중에는 2.06% 상승한 2714까지 올랐으나 2700 선은 지키지 못하고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50%(22.33포인트)나 오르며 914.13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900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4일(900.96) 이후 8거래일 만이다.

이날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4629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4일부터 8거래일 연속 5조 원에 가까운 매도 폭탄을 쏟아 내다가 이날 ‘사자’로 돌아선 것이다.



순매수세로 전환한 외국인은 SK하이닉스(000660)(2510억 원)와 카카오(035720)(680억 원), 네이버(650억 원) 등 반도체와 정보기술(IT)플랫폼주를 집중적으로 쓸어 담았다. 외국인의 온기에 그간 파랗게 질렸던 대형주들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9개 종목이 상승 마감한 가운데 SK하이닉스(6.44%), LG화학(051910)(6.33%), 네이버(4.24%), LG에너지솔루션(3.44%) 등의 상승 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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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개선된 데는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확대됐던 금리 인상 경계감이 누그러진 영향이 컸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높인다고 발표했다.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지만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우려감을 더는 데 한몫했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금리를 올린 데다 제롬 파월 의장의 경기 낙관 발언, 러·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 등이 모두 호재로 작용했다”면서 “시장을 압박했던 불확실성 요소 일부가 해소되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됐고 현·선물 외국인 매수 유입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환율 움직임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떨어지며 1220원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통상적으로 달러가 하락해야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진다. 위험 자산인 이머징 및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금리·환율 등 3월 증시를 압박했던 여러 악재가 해소되는 상황에서 2600 선에 머무르고 있는 코스피의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스피지수가 2600 수준의 2018년 고점대의 지지를 확인했고 주봉상 평균방향성지수(ADX)가 60을 넘어서는 등 과매도 국면에 도달해 추가 하락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2730~2770 저항선 돌파·안착 여부를 확인하면서 매매 강도를 조절해 나가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며 “업종별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도체·자동차·2차전지·인터넷 업종을 최선호 업종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휴전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고, 고질적인 한반도 지정학 리스크도 다시 부상할 수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주의 금리 인상 속도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 “평화협정 기대감이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은 안도랠리를 이어가겠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다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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