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투어 부부’ 함정우·강예린 “허니문도 골프와 함께, 같은 날 동반 우승 꿈꿔요”

KPGA·KLPGA 투어 부부 선수 탄생

중2 때 연습 그린서 처음 만나 평생 동반자로

함정우 우승 도운 강예린 헌 퍼터가 부부의 보물

신혼여행 간 제주서 답사 라운드로 시즌 준비

“매 대회 예선 통과해 주말에 못 만나는 게 목표”

강예린(왼쪽), 함정우 커플. 2022시즌 ‘부부 선수’로 각각 KLPGA 투어와 KPGA 투어를 누빈다. 사진 제공=강예린·함정우강예린(왼쪽), 함정우 커플. 2022시즌 ‘부부 선수’로 각각 KLPGA 투어와 KPGA 투어를 누빈다. 사진 제공=강예린·함정우




19일 결혼한 동갑내기 프로골퍼 부부 함정우·강예린(28)은 20일 제주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도 골프백을 챙겼다. 말이 신혼여행이지 사실상 합숙 훈련이다. 새 시즌 대회가 열릴 골프장들을 찾아다니며 ‘답사 라운드’를 할 계획이다.



6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우·린’ 커플은 ‘1호 부부’로 불린다. 부부가 동시에 국내 프로골프 1부 투어를 뛴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강예린은 “결혼하고 나서 성적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주말에 서로 안 보는 게 목표”라고 했다. 둘 다 매 대회 컷을 통과해 주말에 집이 아닌 각자 대회장에 있겠다는 의지다. 함정우는 “전지훈련 가서 가벼운 내기를 하면 ‘부부 사기단’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커플이 편 먹고 다 따간다고 해서. 투어에서 같은 날 우승하면 꿈만 같을 것”이라고 했다.

함정우는 굵직한 대회에서 통산 2승을 올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간판 선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인 강예린은 우승은 없지만 2020년 시드전을 2위로 통과한 실력자다.

함정우는 강예린을 처음 본 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중2 때 대회장 연습 그린이었어요.” 이듬해 국가대표 상비군을 같이 하며 친해졌고 군복무 기간에도 외출을 이용해 만남을 이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2년 전부터 결혼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해 또 자연스럽게 부부가 됐다. 함정우는 “맨날 붙어있어서 몰래 뭘 준비할 시간이 없다 보니 프러포즈도 못 했다”며 미안해 했다.






부부는 서로의 ‘찐팬’이다. 강예린은 “정우는 중학생 때랑 비슷하게 활발하고 긍정적이다.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야 하나. 할 때는 딱 하고 쉴 때는 잘 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함정우는 “커피나 탄산음료를 먹지 않고 대회 전날에는 저녁 6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는다. 자기 관리가 엄청나서 정말 프로답고 배울 점이 되게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데이트할 때 너무 커피가 당기면 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얻어먹고는 딱 안 먹어요. 저는 절대 그렇게 못 하죠.” 강예린은 “저는 몸 관리에 강박이 있는 편인 거고 정우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골프 잘 치니까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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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하필 왜 골프 선수랑 결혼하느냐는 주변의 말도 꽤 들었다. 서로의 생활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불편함이 클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함정우는 “각자의 수면 시간이나 운동·휴식 시간을 잘 이해해주니까 오히려 좋다”고 했다. 다만 대회 일정이 서로 달라 시즌 때 자주 못 보는 게 단점인데 “못 보다가 보면 더 반가우니 좋은 점일 수도 있다”고 받아들인다. 강예린도 “서로 다른 일을 한다면 이해 못 할 일들도 많을 텐데 그런 부분에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강예린은 함정우를 만나 제법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무계획이 계획이던 함정우는 강예린을 만나 계획적인 생활의 보람을 알게 됐다. 부부는 “점점 더 닮아가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2세 계획은 없지만 자녀가 생기면 선수를 하든 그렇지 않든 골프는 권유할 생각이다.

이 부부만의 보물은 그 유명한 우승 퍼터다. 지난해 10월 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함정우가 “여자친구가 쓰던 퍼터로 우승했다”고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함정우는 “따로 연습도 안 해보고 들고 나갔는데 고비마다 퍼트가 쏙쏙 들어갔다. 퍼터 길이가 짧아서 몸을 더 숙였고 제 클럽이 아니니까 더 긴장하고 쳤는데 그래서 잘 되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강예린은 “얼마 안 쓰고 놔둔 헌 퍼터였는데 정우가 느낌 괜찮다고 하기에 써보라고 했다. 저도 그 주에 대회를 치르고 있었는데 마지막 날 아무래도 남자친구 경기가 신경 쓰이더라”고 했다.

먼저 경기를 마친 강예린은 경기 포천에서 여주까지 달려가 깜짝 축하를 해줬다. “‘나 클럽하우스 앞이야’라는 전화에 감동했다”는 함정우는 “저도 꼭 그러고 싶다. 예린이가 우승하는 날 한걸음에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부부가 번갈아 서로의 캐디를 맡는 그림은 어떨까. 5년 전 한 대회 2라운드에서 함정우가 골프백을 한 번 멘 적 있다. 그날 강예린은 77타를 치고 컷 탈락했다. “반대로 내가 캐디 하면 40승은 할 것”이라는 강예린의 말에 함정우는 “네가 캐디 하면 40등 할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받아 넘겼다. 하지만 이내 “저는 막 지르는 스타일이고 예린이는 전략적인 스타일이라 캐디로 도움을 받으면 어떨지 궁금하기는 하다”고 했다.

부부로서 서로에게 한마디씩 해달라고 하자 둘은 똑같이 진지한 미소를 머금었다. “서로 서포터가 돼서 잘 헤쳐나가 봅시다.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할게.”(함정우) “지금처럼 서로 좋은 영향 주면서 친구로서, 동료로서 재밌게 잘 살아봅시다.”(강예린)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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