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물량이 완판 됐습니다"라고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초였다.
지난 15일 SSG닷컴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머듈'의 팬츠를 선착순 판매했고, 눈 깜짝할 새 완판 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0만 원 어치 물량이었다. 지난해 '30초 만에 1억 완판' 기록을 세운 '언더마이카'에 이어 SSG닷컴은 힘들게 ‘모셔온’ 머듈로 이날 또 한번 히트를 쳤다.
차세대 K-패션 강자로 떠오른 SSG닷컴 패션MD팀의 임성대 파트장을 만났다. 그는 10~20대가 열광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e커머스 최초로 연이어 입점시키며 회사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임 파트장은 "20대도 아닌 무려 10대 고객을 장보기 앱으로 유입시키는 게 미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선 기존 백화점 기반의 랄프로렌, 빈폴 등 전통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지는 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며 "무엇보다 패션 플랫폼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언더마이카와 머듈 등 뛰어난 품질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MZ세대 '패피(패션피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꽂혔다. 이들 브랜드는 무신사 등 패션 플랫폼의 잇단 러브콜에도 자체 온라인몰에서 한정 수량 판매를 고수하는 마케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 파트장은 "수 차례 이메일과 전화는 물론 직접 본사를 찾아가 미팅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고 소회했다. 결국 임 파트장은 'MZ 브랜드가 장보기 앱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언더마이카의 도전정신을 자극했고, 6개월 만에 1차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해 12월 첫선을 보인 언더마이카의 '발마칸 코트'는 30초 만에 1억 원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구매자의 80%는 10~30대 신규 고객이었다. 이달 1월에는 언더마이카 'MA-1 항공 점퍼'를 한정 판매하자 준비 수량의 무려 10배에 가까운 고객이 몰렸다.
온·오프라인 시너지도 냈다. SSG닷컴에서 기회를 엿본 언더마이카는 지난 18~20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최초로 팝업 스토어를 열고 한정판 재킷을 선보였다. 위치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 옴므' 바로 옆 자리다. 행사 기간 입장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SSG닷컴은 연내 MZ세대 팬덤 브랜드 10여 개를 단독으로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미국 유명 스트리트 패션 '슈프림(Supreme)'에 버금가는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다. 임 파트장은 "SSG닷컴과 손잡은 신생 브랜드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전을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