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제어하고 측정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발간한 ‘그래핀 조셉슨 접합 내의 안정적인 플로켓-안드레예프 상태’ 논문이 16일(영국 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로켓(Floquet)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고체 물질은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도체, 부도체, 반도체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같은 고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열 또는 압력을 가하거나 인위적인 불순물을 첨가해야 했다.
이후 과학계의 발견과 연구를 통해 아주 작은 고체 물질의 경우 이밖에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활용하면 차세대 양자 물질인 ‘위상물질’을 발현할 수 있는 신소재, 양자기술 등 분야에서 큰 진전이 예상돼 전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하지만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는 방식으로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 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됐다.
또한 연구팀은 최적화된 ‘초전도 터널링’ 분석법을 통해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의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한국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 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 사업이다. 지금까지 총 706건의 연구과제에 9237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