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물 2L 마셨다" 설현 다이어트 비법, 무작정 따라하면 안되는 이유

물은 우리 몸의 약 60~70% 차지하는 필수 자원

물 섭취 둘러싼 오해 많아…알고 마셔야 '약수'

물은 우리 몸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는 필수 자원으로, 일상 속에서 건강하고 현명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투데이물은 우리 몸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는 필수 자원으로, 일상 속에서 건강하고 현명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투데이




가수 겸 배우 설현은 지난해 자신만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하루에 물 2리터를 마신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커피나 첨가물을 함유하지 않은 맹물을 하루에 2리터씩 마시는 습관만으로도 일주일에 1kg 감량은 충분하다는 게 설현의 지론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루에 2L, 즉 8잔의 물을 매일 섭취해야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이야말로 물 섭취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라고 지목한다. 해당 주장은 70여 년 전 미국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후속연구들은 하루에 2L씩 물을 마신다고 해서 건강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은 우리 몸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는 필수 자원이다. 일상 속에서 건강하고 현명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작 물을 바르게 섭취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유엔(UN)은 인구와 경제활동 증가로 인하여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로 정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손다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올바른 물 섭취 방법을 살펴봤다.

◇ 물, 많이 마실수록 좋다? 성별·나이 따라 권장량 달라져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 섭취량은 하루 2.5L 정도다. 다만 이를 꼭 물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의 경우 미국에 비해 과일, 채소 섭취량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만 따져도 1L가 넘는다. 따라서 평소 식습관에 따라 하루 섭취해야 하는 물의 양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람마다 체중과 연령이 다르기 때문에 하루에 딱 몇 잔을 마셔야 한다고 적용하기보다는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물 섭취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지난 2020년 한국영양학회 연구에서는 남자의 경우 청소년기부터 74세까지는 하루 900mL 이상, 여성의 경우 600~800mL 정도 섭취해야 충분한 물 섭취를 한다고 분석했다.

남성(왼쪽)과 여성의 연령별 물 충분 섭취량.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남성(왼쪽)과 여성의 연령별 물 충분 섭취량.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


하지만 일부 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엔 오히려 물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간경화, 신부전증, 심부전증과 같은 질환에선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복수, 폐부종, 전신 부종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 한꺼번에 많은 물 섭취는 금물…매 시간 나눠 섭취해야


물의 양 만큼이나 섭취 간격도 중요하다. 물은 통상적으로 체내에서 2시간 정도 지난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게 되면 신장 기능에 무리가 가고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저나트륨은 두통, 구역질, 현기증, 근육경련뿐 아니라 뇌장애를 일으켜 의식 장애나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므로 한 잔씩 나눠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노년층은 신장의 수분 재흡수율이 떨어지고, 수분이 부족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매 시간 물을 섭취하는 것이 권고된다.



◇ 탄산수는 0칼로리? 첨가물 없는 ‘맹물’ 섭취가 가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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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시간대학 이경원 연구팀이 ‘뉴트리언츠(Nutrien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82%가 음료수를 마시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순수한 물이 아닌 당 함량이 높은 주스나 탄산음료, 커피, 차 등을 마실 경우 오히려 소변을 통한 배설이 증가해 탈수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칼로리나 이뇨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물 대신 탄산수를 찾는 이들도 많아졌는데, 탄산수 역시 건강에 꼭 이롭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탄산수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를 함유하고 있어, PH 5.5 이하의 산성을 나타낸다. 치아 보호막인 ‘에나멜’을 침식시킬 뿐 아니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는 환자의 경우 복부 팽만감과 같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탄산수 섭취가 체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상반된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칼로리가 0인데 포만감을 느끼게 해 체중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오히려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을 증가시켜 체중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수분 섭취는 순수한 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여진다.

순수한 물도 해양심층수, 광천수, 이온수, 정수기 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가정에서 주로 먹는 물은 정수기 살균 필터를 거친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미네랄까지 걸러져 영양가 없는 물을 마시게 된다. 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합성이 되지 않으나 신체 대사에 필수적이므로 음식이나 영양제를 통해서 보충이 필요하다. 해양심층수나 광천수, 이온수와 같이 자연에서 얻는 물의 경우엔 나트륨, 칼슘, 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 물 섭취 부족하면…신장질환 위험 커져


물 섭취가 부족하면 우리 몸은 갈증을 느끼면서 물을 보충하게 된다. 하지만 노년층에서는 갈증을 잘 못 느끼기 때문에 물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물을 적게 마시면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만성 탈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물 섭취 부족이 신장 결석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 있다. 중국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물, 음료수 등을 포함해 하루 500㎖ 미만의 수분을 섭취한 그룹은 2000㎖ 이상의 수분을 섭취를 한 그룹에 비해 신장 결석이 많았다. 물 섭취가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되면 소변 속에 있는 칼슘·요산 등이 뭉쳐져서 결석이 잘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물 섭취를 과다하게 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물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나트륨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 과다 섭취로 인한 증상으로는 두통, 호흡곤란, 현기증, 구토, 근육경련 등이 있고, 심한 경우 호흡곤란, 폐부종, 뇌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 식사 후에 물을 마시면 좋지 않다? 적당량 섭취는 소화에 도움


식사 전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 안 좋다는 것도 물 섭취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 중 하나다. 식사 전후 물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닌 데다 오히려 소화를 돕는다는 의견도 있다. 평소 소화기능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식사 전후에 적당량의 물을 섭취해도 소화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위액의 양이 많이 줄어있는 노년층 가운데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면 식사 전후 물 섭취로 인해 위액이 묽어져 소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 미지근한 물이 건강에 좋다? 운동 직후에는 찬물이 효과적


일반적으로 찬물,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하게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찬물을 갑자기 마시면 위장의 온도가 내려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위장기관의 피로를 일으킬 수 있어 권고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찬물이나 뜨거운 물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직후에 찬물을 마시면 뜨거운 몸을 식히고 빠르게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감기에 걸렸거나 환절기에는 따뜻한 물이 오히려 유용할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물의 온도를 조절해 마시는 것이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손다혜 교수.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손다혜 교수.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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