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회색지대 전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석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하이난성 탄먼진의 한 해상 민병 부대를 찾아 특명을 내린다. “현대식 장비 지식을 배우고 작업 능력을 키우며 어민을 인솔해 바다에서 돈을 벌면서 동시에 먼바다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섬과 암초 건설 작업을 하라”는 지시였다. 어선에 군사작전 투입 지침을 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장면은 중국중앙방송의 메인 뉴스로 보도됐고 그간 실체가 불분명했던 중국의 ‘회색지대(grey zone) 전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색지대 전술은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나 민간 무장 어선 등을 사용해 도발하는 전술이다. 중국의 민병을 앞세운 회색지대 전술은 1949년 대만 국민당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창설된 해상 민병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1920년대 소련 해군의 ‘영 스쿨(young school) 전략’을 차용해 잘 훈련된 소형 선박 선단으로 대형 함대에 맞서는 전법을 구사해왔다.

관련기사



파란색 어선을 타고 다녀 ‘리틀 블루맨’이라는 별칭이 붙은 중국 해상 민병대는 평소 어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에 전투에 투입된다. 해상 민병대는 1974년 파라셀 해전에서 첨병에 섰고 2009년 미국 해군 임페커블함의 해양조사 활동을 저지하는 데도 한몫했다. 우리 서해에도 종종 출몰해 불법 어업 행위를 일삼고 암초 건설 등을 통해 중국의 해상 권역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군이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는 올해 가을까지는 회색지대 전술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만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만 중공군사사무연구소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해협 주변에서 리틀 블루맨들을 동원해 회색지대 전술 형태로 각종 훈련을 실시하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만은 중국이 고강도 군사 도발을 언제든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는 대만보다 더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에 비해 훨씬 호전적인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도발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은 비정규 심리전 등의 회색지대 전술과 사이버 테러에 매우 능수능란하다. 정권 교체기에 안보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신구 권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