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文 "국정공백 안돼" 尹 "약속파기 못해"…통의동서 임기 시작할까

[차질 빚는 용산시대]집무실 이전 강대강 대치

文 "안보·경제 빈틈없어야" 쐐기

이번주까지 예비비 통과 안되면

5월10일 취임날 용산출근 힘들듯

尹측 필요땐 靑 벙커는 이용 방침

여론 악화에 접점 찾을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추진을 ‘안보 공백’ 우려로 제동을 건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고 발언하며 쐐기를 박았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제동에 “국민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감수할 수 없다”며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당선인 측은 국무회의에서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를 이번 주까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오는 5월 10일 취임 날 용산 출근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에 윤 당선인이 취임 후에도 서초동 자택에서 통의동으로 출퇴근하며 집무를 볼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안보와 경제 안전은 정부 교체기에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협력하며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과제이며 정부 이양의 핵심 업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취임 전 집무실 이전 완료는 안보 공백 등의 우려로 무리라고 언급한 발언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통상 정권 교체기가 불안 시기인데다 4월 북한의 김일성 생일 110주년, 한미 군사훈련 등이 예정된 만큼 이 기간 국가 안보 시스템을 이전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 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고 강조했다. 안보 공백이 발생하는 여지가 있는 집무실 이전 방안에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이런 공개 발언까지 하면서 신구 권력의 대치가 더욱 강경해진 모습이다. 윤 당선인도 취임 날까지 용산 집무실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청와대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청와대의 입장을 전달 받고 “청와대에 안 들어가겠다. 그러니 청와대 개방은 계획대로 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이전태스크포스(TF) 팀장인 김용현 전 합참 본부장이 한 라디오에서 전했다.



윤 당선인은 참모들에게 “국민께 드리는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협상의 여지, 협의의 여지가 있으니까 협의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라”면서도 “만약에 안 될 경우에는 나의 불편은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집무에 불편함이 있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감수할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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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의 참모들도 이 같은 방침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개혁TF 팀장인 윤한홍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그대로 지킨다”며 “청와대는 100% 5월 10일 개방할 것”이라고 재차 약속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난관을 이유로 꼭 해야 할 개혁을 우회하거나 미래의 국민 부담으로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윤 당선인 측은 취임 날 용산으로 출근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이번 주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김 전 본부장은 “이번 주까지 넘어가면 물리적으로 이전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주까지 국무회의에서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를 처리해주지 않으면 취임 날 용산 집무실 이전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 전 용산 집무실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현재 당선인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그대로 집무실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거처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그대로 머무는 방안이 유력하다. 필요하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지하 벙커)도 이용하기로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통의동 외에 갈 데가 없다”며 “대통령이 정식 집무실이 아닌 임시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사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의동 사무실은 방탄 유리가 아니어서 대통령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윤 당선인이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할 경우 통근 시간이 약 15분 내외여서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이동 시 경호차와 경호용 모터사이클이 앞으로 약 100m, 뒤로 50m 붙어 경호하고 신호등 제어도 해야 한다. 서초동 자택의 경우 경호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삼청동 총리공관에 머무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통의동 사무실까지는 1분이면 오갈 수 있다. 김 대변인은 “국민 한 분이라도 불편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치가 길어지면 국민 여론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조만간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측은 안보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에서 “청와대는 늘 열려 있고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산도 언제라도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필요하면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바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양측은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의견 교환이 있었는지에 대한 서울경제의 질의에 대답하지 않았다.


조권형 기자·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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