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국책 은행으로서 기존 금융권의 금융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 금융 활성화‘에 주력하며 미래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단순히 기업의 담보나 재무제표만으로 대출 심사를 하기보다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등을 발굴해 지원하는 모험 자본 활성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3년간 총 1조 5000억 원의 모험 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조 원의 모험 자본을 공급한 만큼 올해도 스타트업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에 각종 자금 지원이 절실하지만 마땅한 담보 등이 없다 보니 금융사들로부터 금융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같은 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은행은 ‘액셀러레이팅 전담조직’을 신설해 지원 강화에 나선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7년부터 운영 중인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의 연장선상으로 초기 투자뿐만 아니라 후속 투자 연계, 컨설팅, 대출 지원 등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모험 자본 공급, 보육, 기술 금융, 컨설팅 등 IBK가 가지고 있는 고유 경쟁력을 결합해 창업 초기 시장을 활성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모험 자본 공급 활성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며 미래 고객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기업 중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기업은 2019년 3곳에서 지난해에는 13곳으로 늘었다. 지난달 개최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서 기업은행으로부터 투·융자 지원을 받은 31개 기업이 CES 혁신상도 수상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받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초정밀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냉장·냉동고, 정수기 등의 냉매 순환 컴프레셔(압축기)를 제조하는 대우컴프레셔는 지난해 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모험 자본을 통해 초소형 컴프레셔를 개발하고 수출용 신모델을 추가 개발해 중동·동남아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는 아마존(Amazon)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주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중소 벤처기업이 미래 혁신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업은행의 역할”이라면서 “모험 자본 공급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혁신 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IBK 뉴딜펀드’를 조성하고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매년 2000억 원씩, 총 1조 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IBK뉴딜펀드 1호’를 조성한 데 이어 지난 1월 28일 ‘IBK뉴딜펀드 2호’를 만들었다. 기업은행은 이 펀드를 통해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생태계 강화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 당행이 선정한 뉴딜 5대 핵심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모험 자본 공급 확대와 차별화된 정책 금융 역할을 수행해 중소기업과 고객의 성장을 돕고 금융 산업의 혁신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금융 주치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금융 주치의 프로그램은 병원의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 것처럼 기업은행이 기업의 경영·재무 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제공하는 맞춤형 금융 지원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11월 총자산 30억 원 이상인 제조업 중소 법인을 대상으로 먼저 제공됐다. 지난해 말부터는 총자산 30억 원 이상인 비제조업 중소 법인으로 서비스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윤 행장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고객과 공유하고 최적화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단순한 금융 조력자를 넘어서 금융 주치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