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배달노동자 한 해 400명 사망하는데…정부 산재 통계엔 18명뿐"

고용부 통계 산재보험 기준 탓에 사각 발생

산재보험 대상 넓히는 법도 국회 통과 난항

작년 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20일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조병철씨는 당시 이 배달원을 추모하기 밤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연합뉴스작년 8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도로에 전날 사망한 오토바이 배달원을 추모하는 국화꽃 등이 놓여져 있다. 20일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조병철씨는 당시 이 배달원을 추모하기 밤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연합뉴스




작년 8월26일 선릉역 인근에서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던 A씨가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당시 A씨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선릉역 추모 장소를 밤새 지키던 배달 노동자 중 한 분이 조병철(62)씨다. 그도 지난 8일 신논현역 인근에서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다가 20일 결국 목숨을 잃었다.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 노조는 “배달플랫폼 기업이 배달 노동자의 안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배달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할 산재보험과 같은 기초적인 제도조차 현장에 적용하기에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828명 가운데 배달 노동자는 18명이다. 2017년 2명에서 2018년 7명으로 늘더니 3년 만에 배로 뛰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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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산재사망 통계가 배달 노동자의 사고를 아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노조에 따르면 작년 배달 운전자(오토바이 기준)은 400명이다. 이는 고용부가 산재보험 가입 기준으로 통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노조는 “산재보험이 없거나 유족이 없는 노동자는 고용부 산재사망 통계에 포함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통상 정부 통계에서 빠진 계층은 그만큼 지원이나 보호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18명이 목숨을 잃은 업종과 400명이 목숨을 잃은 업종에 대한 보호 대책이 다른 건 당연하다.

산재보험 정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산재보험법 상 배달 노동자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전속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다. 전속성 요건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지를 본다. 이로 인해 여러 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의 경우 산재보험 의무가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산재보험법상 이중 가입이 되지 않아서 발생한 결과다. 현행 법은 전속성을 충족하는 당연적용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보조사업장을 나누는데 보조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상황을 개선할 산재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은 작년 10월 뒤늦게 발의됐지만, 아직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조사업장 산재도 보상의 길이 열린다”며 “법안 개정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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