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 보면 지금도 선거 중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날로부터 2주일이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밝힌 소회다. 윤 당선인은 ‘요즘 몇 시간 자느냐’는 질문에 “아직도 선거운동을 하던 습관이 남아서 잠을 많이는 (못 잔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꿈에서 뭘 해야 하는 느낌이다. 어디 가서 여기에는 대응해야 하는데 (생각이 든다). 그런데 깨보면 선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천막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로 출근한 지 10일 만에 설치된 기자실이다.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기자실이 있지만 기자 열댓 명은 윤 당선인 집무실이 있는 통의동 건물 앞을 지켜왔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프레스 다방’이라고 이름 붙인 임시 기자실을 마련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실을 찾아 안쪽에 비치된 냉장고를 열어보며 “여기 뭐 넣어놨느냐”고 물어보는 등 기자실 내부를 살폈다. 그러다 기자들로부터 티타임 요청을 받고 자리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이런 행보는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기자회견을 세 번 갖는 등 언론과의 직접 소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20일 집무실 이전 발표 때는 직접 지시봉을 잡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0일 당선 인사 기자회견, 13일 인수위원장 발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윤 당선인은 기자들에게 용산 국방부 청사에 새 집무실을 마련하면 1층에 프레스센터를 만들어 자주 찾겠다는 약속을 상기시키며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임기 동안 100회 이상 기자실에 갔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 달에 평균 두 번 정도 하셨다는 것”이라며 “저도 가급적 기자분들을 자주 뵙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요즘 집에서 요리를 하느냐’는 질문에 “요새도 아침에 좀 한다. 김치찌개 끓여 먹고”라며 “(용산에) 청사를 마련해서 가면 구내식당에서 제가 저녁에 (김치찌개를) 양 많이 끓여서 한 번 같이 먹자”고도 말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키우는 풍산개 인수인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무리 정상 간 (선물)이라고 해도 키우던 집에서 계속 키워야 한다. 주인이 바뀌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사저로 데려가셔도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우는 게 맞지 않느냐”며 거듭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반려견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 차담을 하고 있는데 내 처(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그 강아지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고 그래서 내가 툭툭 쳤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또 윤 당선인은 현재 키우고 있는 반려견 네 마리와 반려묘 세 마리에 대해 “(관저로 거론되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데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전국 민생 투어에 나선다. 전국 각 지역의 시민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듣고 차기 정부의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선거 기간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실천하고 국정 과제에 잘 반영하겠다는 것을 표현하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윤 당선인은 당 소속 의원 8명과 간담회를 하며 이 같은 민생 투어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윤 당선인이 “여야 모두 소통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기회가 될 때마다 현장에서 국민들을 만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