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콘클라베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교황이 나셨다).” 2013년 3월 13일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을 쳐다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 이후 전 세계 12억 가톨릭 교도를 이끌 새 교황이 정해져 흰 연기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교황청 관계자가 나타나 외쳤다. “지극히 탁월하고 공경받으실 분의 이름은 호르헤 마리오입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면 후임 교황을 뽑는 절차가 진행된다. 이를 콘클라베(conclave)라고 부른다. 콘(con)은 함께, 클라베(clave)는 열쇠를 뜻한다.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들이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교황을 뽑는 절차다. 초기에는 로마의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뽑다가 1059년 추기경단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외부와 차단된 채 진행하는 콘클라베는 1274년 시작됐다. 당시 거의 3년간 새 교황을 뽑지 못하자 시민들이 추기경들을 감금한 채 선출을 압박했고 새 교황이 된 그레고리오 10세가 이 방식을 제도화했다. 그레고리오 10세는 콘클라베가 빨리 진행되도록 사흘 안에 새 교황을 정하지 못하면 추기경 식사를 하루 한 끼로 줄이고 닷새가 지나면 물과 빵만 주도록 했다. 선출 방식은 처음에는 만장일치였다가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96년 과반수 찬성으로 변경됐고 이후 베네딕토 16세 때 지금의 3분의 2 찬성으로 정착됐다. 교황이 정해지면 수석 추기경이 추기경단을 대표해 선출된 사람의 동의를 구한다. 새 교황은 자신이 앞으로 쓸 이름을 직접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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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4일 콘클라베와 유사한 방식으로 차기 원내대표를 뽑는다. 공식 입후보 절차 없이 172명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원내대표가 된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변신하게 되므로 새 원내지도부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0.73%포인트만큼만 찔끔 반성하게 할 게 아니라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한다. 단순 몽니 대신 협치를 보여주면서 야당의 견제 기능도 제대로 해야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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