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콜록콜록' 기침 소리만 들어도 화들짝? 코로나19 치명률 6.8배 '결핵' 공포

2주 이상 기침 지속되면 결핵 의심해야…흉부X선·객담검사로 확진 가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결핵 관리 적신호…한국도 OECD 발병률 1위 오명

다제내성결핵·광범위 약제내성결핵 진행되면 부작용·비용 부담 더욱 높아

2주 이상 기침을 한다면 의료기관에 내원해 결핵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미지투데이2주 이상 기침을 한다면 의료기관에 내원해 결핵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미지투데이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안성훈(38·가명)씨. 꽃샘추위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일주일 넘게 잔기침을 시달리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혹시나 싶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몇 차례 검사를 해봤지만 번번이 음성이었다. 근처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으며 버티다 근처 병원을 방문해 결핵 진단을 받았다.



◇ 요즘 세상에도 결핵이 있어?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잊혀졌지만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호흡기 감염병이다. 한 때 유럽에서는 유럽인 7명 중 1명의 사망 원인이었다.

결핵이란 결핵균에 의한 만성 감염병으로 공기 매개로 전파된다. 전염성이 있는 환자가 말을 하거나 기침, 재채기 등으로 결핵균이 포함된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는데 침방울은 크기가 매우 작아 곧바로 증발되나 결핵균은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다가 주변 사람이 숨을 쉴 때 공기와 함께 폐 속으로 들어가 감염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으로 가래, 호흡곤란, 흉통 등 호흡기 관련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그 밖에 밤중 식은땀, 발열, 쇠약감, 체중감소, 집중력 소실, 소화불량, 신경과민 등 전신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은희 대동병원 호흡기전담센터 과장은 “대부분 결핵의 증상은 감기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의 증상과 같아 개인이 구분하기 어렵다”며 “2주 이상 기침을 한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내원해 결핵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서는 흉부 X선을 통해 활동성 결핵 여부를 확인하고, 기침 등 증상과 흉부 X선에서 결핵 의심 소견을 보일 때 객담검사를 실시한다.

◇ 팬데믹에 결핵관리도 적신호…사망자 150만 명 육박


한 때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결핵은 1883년 3월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의 원인균을 발견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3월 24일을 ‘세계 결핵의 날(World TB Day)’로 지정하고 결핵균 발견을 기념하고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결핵균의 발견과 치료법 개발 덕분에 최소 6개월 이상 장기 치료를 하면 결핵 환자의 90% 이상이 치료를 마친 후 완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결핵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WHO가 발간한 '세계 결핵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해 동안 150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결핵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이다. WHO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결핵 진단과 치료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서 결핵 사망 원인을 찾았다. 결핵에 걸리고도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이 41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다. 올해와 내년 결핵 사망자 수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 韓, 결핵 관리 후진국 오명 여전…OECD 발병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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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24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1년 결핵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결핵 환자는 1만 8335명으로 전년 대비 8.0% 줄었다. 인구 10만 명당 환자수는 35.7명으로 2011년 10만명 당 78.9명 이후 연평균 7.4%씩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결핵 진단을 받은 신규 환자가 1만 8335명으로, 10년 전보다 5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질병관리청지난해 결핵 진단을 받은 신규 환자가 1만 8335명으로, 10년 전보다 5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질병관리청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국가로 분류된다. WHO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결핵은 국내 법정감염병 중 최다 사망을 기록했다. 2020년 결핵 사망자 수는 1356명으로 같은 기간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보다 1.5배 많았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결핵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보다 약 2배 많고 치명률의 경우 5.31%로 코로나19 치명률 0.78%에 비해 6.8배 높다”고 지적하며 △결핵전문위원회의 질병관리청 직속 전환 △결핵 퇴치 관련 국제 기여 확대 △결핵 전담 인력에 대한 안전한 업무 환경 제공 및 안전수당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결핵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핵퇴치 2030 계획' 등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감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 임의로 약물 복용 중단하면 다제내성결핵으로 발전…부작용·비용 부담↑


결핵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내성이다. 결핵 완치를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복용이 필수인데, 불규칙한 복약이 지속될 경우 재발이나 치료 실패로 이어져 다제내성결핵 또는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경우 치료가 더욱 까다롭다.

다제내성결핵이란 결핵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두 가지의 항결핵제인 이소니아지드·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해당 치료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결핵이다. 처음부터 내성인 결핵균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지만 약물의 임의 복용 중단, 불규칙한 투약 등으로 인해 치료과정 중 내성을 획득하는 경우도 많다. 다제내성결핵은 치료 성공률이 50%정도에 불과한 데다 치료에 사용되는 2차 약제의 부작용이 1차 약제보다 훨씬 많다. 치료 기간도 18~24개월로 길어 비용 부담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을 통해 병변을 제거해야 한다. 광범위 약제내성결핵은 다제내성 결핵 중 플루오로퀴놀론 계열 항생제 중 적어도 한 가지와 항결핵 주사제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동시에 내성을 보이는 경우로, 치료가 훨씬 어렵고 사망 가능성도 높다.

◇ 韓, 내성 환자 미충족수요 높아…새로운 치료제 절실


우리나라는 다제내성결핵과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발생률과 치료 성공률 측면에서도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진다. 2019년 기준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 발생률은 전 세계 4위에 달했다. 2012년 1212명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5~600명대에 머물고 있다. 국내 다제내성결핵 치료성공률은 2017년 64.7%로, 70-80%에 달하는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여전히 낮다. 국내 전체 결핵 환자 중 5%가량으로 추정되는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역시 치료 효과가 확인된 항결핵 약제의 수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다제내성결핵 및 광범위 약제내성결핵 영역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절실하다고 평가된다.

국내 전문가들은 다제내성 결핵 치료 성공률을 높이려면 보다 빨리 진단할 수 있는 진단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결핵 진료지침 4판에서는 결핵 진단 시 다제내성 결핵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모든 결핵 환자의 첫 배양 균주 또는 항산균 도말 양성 검체에 대해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의 신속감수성검사를 권고했다. 다제내성결핵이 확인된 경우에도 반드시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퀴놀론계 약제에 대한 신속감수성검사가 추가 권고된다. 정부는 이러한 권고안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결핵 퀴놀론 신속감수성검사 체계 구축 사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신약이 등장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아트리스코리아의 '도브프렐라(성분명 프레토마니드)’가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또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 폐결핵 성인 환자에 대한 병용치료 용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것이다. 임상에 따르면 프레토마니드와 베다퀼린·리네졸리드 3제 병용 요법은 6개월 만에 다제내성결핵 환자군의 92%, 광범위 약제내성 폐결핵 환자군의 89%에서 성공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며 대폭 단축시켰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급여 목록에 등재되지 못해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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