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벚꽃엔딩

성행경 사회부 차장





벚꽃 필 무렵이다.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개화 시기가 예년보다 조금 빠르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됐지만 많은 상춘객이 벚꽃 구경에 나설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면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실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벚꽃이 대학과 연결되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 지방부터,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면서부터다. 지난달 말 전남 광양의 4년제 대학인 한려대가 폐교했다. 설립자의 교비 횡령으로 정부 재정 지원이 끊기고 신입생도 줄면서 재정난이 심화한 탓이다.



한려대 폐교는 시작일 뿐이다. 대학 구조 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령 인구에 비해 대학이 너무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대학은 총 385곳. 1995년 시행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따라 지방을 중심으로 대학이 난립했다. 대학 신입생이 100만 명 가까이 됐던 시절이니 가능했고 또 필요했던 일이다. 지금은 신입생이 절반 이상 감소했고 그만큼 정원도 줄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5년 뒤에는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스러지고 서울·수도권으로도 북상할 것이다.

관련기사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한계 대학 현황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본연의 정상적인 기능과 역할이 어려운 한계 대학이 전국적으로 84개에 이른다. 대부분 지방 사립대들이다. 이들 대학이 모두 망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옥석을 가려 역량을 갖춘 대학은 특성화하도록 지원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곳은 청산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를 앞서 겪은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정원 미충원 대학이 속출하자 정부가 인건비 등 경상비를 지원하고 사립대 간 학부 양도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지방 사립대 재편을 촉진했다. 그 결과 인구가 줄어도 대학은 되레 늘어나 지금은 800개를 넘겼다. 정원이 500명이 안 되는 소규모 대학이 절반이 넘는다. 대부분 의료·보건·복지·교양 분야로 특성화한 대학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교육 공약으로 지방대 육성을 제시했다. 지방 거점 대학을 집중 육성해 지역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등교육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부실·한계 대학의 자발적 구조 조정을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역대 정부들이 모두 추진했던 정책이지만 성과가 미진했다.

갈수록 황폐화하고 있는 지역 대학 생태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복원해 지역 소멸을 막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규제를 풀고 자율을 확대해 대학들이 스스로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파격적인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와 대학이 손잡고 함께 걸어야 한다. 벚꽃이 지기 전에 말이다. 벚꽃은 열흘이면 진다.


성행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