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방한 중인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한 다음날 이뤄진 조찬인데, 윤 당선인은 당일 오후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통화도 했다. 차기 미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펜스 전 부통령은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만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의견 교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펜스 전 부통령과 2시간 가까이 조찬을 했다.
지난 2월 13일 펜스 전 부통령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만남을 계기로 마련된 자리라고 한다. 당시 "당선되면 한번 뵙자"고 했던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였던 셈이다. 이 자리에는 기독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와 다른 인사 한 명도 배석했다.
조찬 회동에서 윤 당선인과 펜스 전 부통령은 최근의 국제 정세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와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비롯한 대북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중 하나다. 더욱이 윤 당선인도 한미동맹과 관련해 확고한 원칙과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에서 한미 동맹강화, 대북 정책 등을 놓고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한미관계가 더욱 밀도 있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고, 펜스 전 부통령이 "정말 좋은 말씀"이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과 펜스 전 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
펜스 전 부통령은 아버지가 6·25 참전용사이고 두 아들이 항공모함과 전투기 조종사로 한국에서 복무한 인연을 언급했고, 윤 당선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환담하는 자리이자, 격의 없이 서로의 인연으로 편히 만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안다"며 "국제 정세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펜스 전 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조찬 후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펜스 전 부통령은 윤 당선인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윤 당선인은 자유의 옹호자이며 다가올 여러 세대 동안 미국과 한국 간에 꺾을 수 없는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방한 기간 윤 당선인과 국회의원 등을 만났다”면서 "나는 그들과 아시아태평양의 나라들에 미국, 동맹과 조화를 이뤄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계속 고립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극동방송이 주최한 ‘국제정세 속 굳건한 한미동맹’ 주제의 강연에서 “김정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의 한미동맹이 강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런 식의 도발은 우리의 안보와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든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한미 양국의 동맹 관계를 잘 유지하고 강화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화는 힘에 의해 달성된다는 그의 철학도 피력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평화는 힘을 통해 달성되고 나약함은 악을 불러온다”며 “인도·태평양이든, 동유럽이든, 중동이든, 미국의 힘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체주의 세력에 맞선 전 세계 자유 진영의 단합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 같은 나라들은 자유 진영이 어떻게 단합하고 움직이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 진영 국가들이 하나가 돼 ‘자유의 힘’이 ‘무력의 힘’보다 강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