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억만장자에게 최저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일명 '억만장자 최저소득세' 도입을 추진한다. 주식과 채권 등을 통한 미실현 투자 이익에도 과세하겠다는 이 방안이 의회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현지 시간) 미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1억 달러(약 1224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억만장자들에게 20%의 최저세율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법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현재 미 정부는 주식과 채권 등을 매도해 얻은 실현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하지만 새 법안에서는 주식과 채권 투자에 따른 미실현 이익도 자산에 포함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재 억만장자들은 자산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도 자산을 기반으로 대출을 받아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적용 대상은 7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이 같은 소득세 개편에 나선 것은 슈퍼리치들이 부담하는 세율이 서민들보다 낮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백악관 추산에 따르면 2010~2018년 억만장자 400가구는 연방세율은 평균 소득의 8%를 약간 웃돌았는데 이는 수백만 명의 평범한 미국인들이 부담하는 세율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CNBC는 "해당 문서에 '이 최저세금안은 부유한 미국인들이 더 이상 교사나 소방관보다 낮은 세율을 부담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백악관도 성명에서 "미국의 가장 부유한 가구가 일하는 가족들보다 낮은 세율을 부담하도록 하는 세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법안이 시행될 경우 앞으로 10년간 3600억 달러의 추가 세입이 창출될 것이라며 이는 백악관이 예상한 연방 재정적자 1조 달러의 3분의 1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버클리캘리포니아대 경제학자인 가브리엘 주크먼을 인용해 법안 시행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500억 달러,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350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억만장자의 미실현 자본이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지만 진전되지 못했다. WP도 "억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는 이전의 모든 시도는 정치적 역풍을 맞고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조세정책센터의 스티브 로젠탈 선임연구원은 WP에 "납세자가 어떤 자산도 매도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이 세금을 징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