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피자헛·KFC 등을 소유한 세계적 외식 기업인 ‘얌’이 중국의 한 식당에서 임원 세미나를 열었다.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전문 외식 업체인 하이디라오였다. 이날 강사로 초청받은 장융 하이디라오 회장은 3시간 동안 성공 비결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1971년 쓰촨성에서 태어난 장 회장은 기술고등학교에서 용접을 배워 트랙터 공장에 들어갔다. 19세에 생애 첫 외식을 위해 식당을 찾았던 그는 형편없는 맛과 불친절한 서비스에 크게 실망했다. 이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실행에 옮겼다. 1994년 친구 세 명과 함께 8000위안의 자본금으로 훠궈 식당 ‘하이디라오’를 개업한 것이다. 처음에는 테이블이 4개밖에 없는 초라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쉽게 하이디라오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사실 하이디라오 음식 맛은 여느 훠궈 식당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차별성은 5성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에 있다. 대기 고객들은 무료 안마와 손톱 정리, 구두닦이 등 특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테이블에 앉으면 스마트폰 보호를 위한 비닐 케이스가 제공되고 안경을 쓴 고객에게는 안경 닦는 천을 건네주기도 한다. 하이디라오의 성공 스토리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소개한 워런 맥팔런 교수는 “1호점을 열 때부터 서비스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급속도로 덩치를 불린 하이디라오는 2018년 9월 홍콩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14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으며 임직원이 15만 명에 달한다.
하이디라오가 지난해 41억 6300만 위안(약 794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회사의 연간 기준 적자는 기업 공개 이후 처음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외식 기업의 부진은 중국의 경제 전반의 불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1년 만에 가장 낮은 5.5%로 조정했다. 거대 시장인 중국의 부진은 대중 무역 및 투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큰 위협 요인이다. 갈수록 커지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응해 시장 다변화와 함께 기술 초격차를 통한 차별화 전략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