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비은행·글로벌·디지털' 3박자로…"亞 최고 금융그룹 될 것"

[함영주 하나금융회장 취임]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현지기업과

M&A·지분투자 확대해 영토 확장

美·유럽선 IB·기업금융 강화 병행

취임식 대신 파견근로자에게 격려금





10년 만에 수장이 바뀐 하나금융그룹의 ‘함영주호(號)’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을 내며 ‘3조 원 클럽’ 가입에 성공한 하나금융은 앞으로 아시아 최고의 금융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함영주(사진) 신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7일 취임사를 통해 “하나금융을 아시아 최고의 금융 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함 회장은 특히 비(非)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글로벌 진출 확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3대 전략을 바탕으로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우선 그룹 계열사 맏형인 하나은행과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카드·캐피털·보험 등 계열사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금융 기업 경영인으로서 함 회장의 능력은 이미 증명됐다. 함 회장이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1조 원이던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2조 1000억 원, 2019년 2조 2000억 원, 지난해 2조 6000억 원으로 불어나면서 통합 은행 출범 후 연평균 28%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015년 9000억 원에서 2019년 2조 4000억 원, 지난해 3조 5000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함 회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재임한 뒤 연평균 21.3%의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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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부문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앞서 하나금융은 2014년 1월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2025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30%, 글로벌 이익 비중을 4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함 회장이 2016년 지주 부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3482억 원이던 비은행 부문 이익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을 통해 지난해 1조 260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현지화를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24개국에 212개의 네트워크(해외 법인·지점·사무소)를 보유하고 있다.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덕분에 2015년 2823억 원이던 글로벌 이익은 지난해 6872억 원으로 2배 넘게 급증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19년 11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 지분 투자(1조 원)를 한 뒤 올 1월 기준 투자수익률이 70%를 웃돌기도 했다. 함 회장은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고성장 지역의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를 확대하고 미주나 유로존 등 선진 시장에서는 국내 진출 기업과 연계한 투자은행(IB)과 기업금융을 강화해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디지털 금융 전환 가속화도 하나금융이 3년간 중점 추진할 과제다. 함 회장은 개방형 디지털 혁신을 통해 고객 중심, 사람 중심의 ‘금융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인재 육성과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혁신 스타트업 투자와 개방형 API 플랫폼을 통한 외부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공시·심사 등 ‘ESG 금융’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저탄소 친환경 산업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함 회장은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철저한 자율 책임 경영으로 투명 경영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함 회장과 관련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함 회장은 2020년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고 불복해 소송에 나섰지만 14일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하고 “징계 효력을 항소심 판결 뒤까지 정지해달라”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간 함 회장이 보여준 ‘배려와 섬김의 리더십’을 통해 경영 불확실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나금융 지분율의 67.53%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가 함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을 신뢰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이유다.

함 회장은 코로나19 확산과 산불 재해 등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이·취임식은 별도로 갖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취임식에 소요되는 비용을 파견 근로자에게 격려금으로 전달했다. 함 회장은 옛것을 물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염구작신(染舊作新)’을 언급하며 “임직원이 함께 이뤄낸 과거 성과와 현재의 노력이 모여야만 진정한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것”이라면서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길을 개척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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