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디올 둥지 틀고 '에루샤'도 눈독…성수동 '제2 명품거리' 되나

[무너지는 '명품=청담동' 공식]

디올 내달 명품브랜드 첫 단독매장

'에루샤' 팝업스토어로 진출 저울질

패션·식음료 등 뜨는 브랜드 집결

MZ '핫플' 부상…공실률 0~1%대

신흥부촌 형성돼 구매력도 충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들어서는 디올의 두 번째 한국 단독 매장 ‘디올 성수’. 사진=신미진 기자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들어서는 디올의 두 번째 한국 단독 매장 ‘디올 성수’. 사진=신미진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인근의 한 골목. 공업사와 오피스·아파트가 들쭉날쭉 들어서 있는 이곳에서는 몇 달째 정체불명의 대형 건물 공사가 진행됐고 최근 가림막이 걷히면서 마침내 건물의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디올의 단독 매장. 독특한 카페와 음식점, 패션 팝업 스토어 등이 몰려들면서 젊은 층에서 ‘힙한’ 구역으로 통하는 성수동에 대표적인 글로벌 명품 브랜드까지 깃발을 꽂으러 온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성수동 입성 첫 사례로, 유통·패션 업계에서는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도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디올 이후 또 다른 명품 브랜드의 성수동 상륙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다시 말해 성수동이 청담동을 잇는 ‘제2의 명품 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성수동 상권이 또 한번 꿈틀거리고 있다.

파리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출처=디올파리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출처=디올


디올, 명품 중 처음으로 성수동에 단독 매장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올은 다음 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5길에 단독 매장 ‘디올 성수’를 연다. 지난해 12월 착공했으며 현재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디올이 한국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2015년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를 위해 디올은 4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수동 상권 특성을 감안했을 때 단순 매장보다는 전시를 곁들인 콘셉트 스토어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주차장 부지에 들어서는 디올 성수는 지상 1층 규모로 건물 밖을 3층 높이의 외벽으로 둘러싼 아치 형태다. 외관은 파리 몽테뉴 거리의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를 현대식으로 해석해 재현했다. 파리 디올 플래그십 스토어는 2년 반의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이달 초 새로 문을 열었다. 디올 성수가 문을 열면 국내 디올 매장 수(면세점 제외)는 총 23개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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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루이비통 팝업 스토어. 사진=인스타그램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루이비통 팝업 스토어. 사진=인스타그램


발레파킹보다 핫플 더 중요한 2030 명품족


명품 업계는 디올이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은 고객의 구매력을 따라 움직인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구찌·디올·까르띠에 단독 매장이 즐비해 있는 청담동 명품 거리가 조성됐다. 하지만 ‘명품=청담동’ 공식은 빠르게 깨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젊은 층의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 샤넬 백을 사는 ‘신(新)명품족’은 더 이상 발레파킹 등 고급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먹고 즐길 ‘핫플레이스’ 존재 여부로 쇼핑 지역을 선택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동이 2030 사이에서 급부상했다. 블루보틀이 한국에 진출하며 1호점으로 낙점한 곳도 성수동이다. 노티드도넛·피치스·밀도 등 유명 맛집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 공간도 충분해 모나미·시몬스·코카콜라 등이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이들 외에도 기업들의 전시 공간 러브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무신사가 성수동에 본사를 마련하자 아더에러·예일 등 신흥 패션 브랜드들도 뒤따라 들어왔고 ‘패피(패션피플)’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도 플래그십 매장을 지난해 홍대에서 성수로 옮겼다.

여기에 아크로포레스트·트리마제 등 초고층 주거 시설이 들어서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에서 열린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사진 제공=에르메스지난해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에서 열린 에르메스 가방 전시회. 사진 제공=에르메스


'에·루·샤'도 성수동서 계속 실험


다른 명품 브랜드들의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7월 성수동에 위치한 대형 카페에서 남성 제품을 파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루이비통 최초의 흑인 디자이너인 고(故) 버질 아블로의 정신과 성수동 상권의 다양성을 결합한 덕에 행사 기간 수많은 방문객들이 팝업 스토어를 찾았다. 샤넬은 2019년부터 주기적으로 패션 및 뷰티 팝업 스토어를 성수동의 한 복합 문화 공간에서 열고 있다. ‘명품 중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역시 지난해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가방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명품 브랜드가 성수동으로 몰리면서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수동 일대 상권의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3.7%에서 지난해 4분기 1.5%로 낮아졌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대다. 최근에는 게임 업체 크래프톤이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을 1조 1000억 원 이상에 인수하며 개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크래프톤의 복합 문화 공간 조성이 실현되면 성수동 일대는 패션과 정보기술(IT), 엔터테인먼트가 융·복합된 상권으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돈으로만 명품을 사는 시대는 저물었다”며 “스토리와 가치를 입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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