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임태희 "예스맨 대신 '양신(良臣)' 곁에 둬야…압박형 리더십은 '나쁜길' 가는 것"

[특별 인터뷰-MB정부 산증인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의 '새정부 국가경영' 고언]

"시일 쫓기면 예상못한 일 생길수도…용산이전 현방식 맞는지 돌아봐야

공약은 경중 따져 목표·여건조성…추진 어려운 것은 과감하게 백지화"

"MB정부 '을 중의 을' 리더십 조언…협치 끌어내려면 공감·합리적 접근

사회적 갈등도 정치권서 풀어야…거대 야당과의 협력 최우선 과제"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이 2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압박형·지시형으로 가는 것은 정권이 ‘나쁜 길’로 가는 조짐”이라며 소통·공감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이 2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압박형·지시형으로 가는 것은 정권이 ‘나쁜 길’로 가는 조짐”이라며 소통·공감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제가 비서실장 할 때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늘 ‘을 중의 을’이 되셔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소통·공감 없이 압박형·지시형으로 하면 정권이 나쁜 길로 들어서는 조짐이기 때문이죠. 특히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과의 협력 문제는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임태희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은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 “새 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읽히지만 소통과 공감 없이 해 우려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참모형으로 당 태종 때의 위징 같은 양신(良臣)을 롤 모델로 든 그는 “쓴소리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윤 당선인의 리더십과 차기 정부의 국가 경영에 대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차기 정부를 가리켜 ‘제2의 MB 정부’라는 말도 나온다. MB 정부의 산증인으로서 최근 용산 이전 논란을 보면 어떤가.

△윤한홍 청와대 이전 TF팀장한테도 ‘실무자는 다 된다고 하겠지만 간단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급작스레 진행되는 일이고 많은 부분에서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시일에 쫓겨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국방부가 합참으로, 합참은 다시 남태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예하 부대들도 옮겨야 한다. 사전에 꼼꼼히 짚어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집무실 이전은 좋은데 지금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맞는지 자문해야 한다.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국방이라든지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비판을 상당히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통하며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인수위 단계부터 진검 승부인데 칼을 잘못 쓰면 상처로 돌아올 수 있다.



-MB의 비서실장을 할 때 주로 어떤 조언을 했나.

△늘상 ‘대한민국의 ‘을 중의 을’로 계신 것이다. 선거 때보다 오히려 더 그렇다’고 말씀 드렸고 대통령도 인식을 같이해 고마웠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권력 속성상 권부에서부터 산하기관 이하까지 잘못된 행동이 물결 퍼지듯이 확산된다. 무리하거나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이 늘 도사리는 게 권부의 특성이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 워크숍에서 ‘경제가 중요하고 국민이 옳다고 하는 일을 하자’는 메시지를 낸 것은 진심을 담았다고 본다. 요는 내각과 공공기관이 공감을 갖고 실천으로 옮기게끔 간절하게 협조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거대 야당과의 협력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여야 모두 상대방이 잘못해 반사이익을 보는 정치는 더 이상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참고하라는 차원에서 MB 정부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소개한다면.

△2008년 MB 정부 출범 당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뛰고 곧바로 광우병 사태가 터져 굉장히 힘들었다. 그해 9월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마저 덮쳤다. 이런 위기에서는 여야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풀어야만 하는데 집권하고 달포 뒤 총선이 있어 국회 원 구성이 6월에나 이뤄졌다. 당시 홍준표 원내대표와 함께 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각각 박병석·원혜영 의원을 카운터파트로 상대하며 대결 속에서도 소통을 많이 했다. 대통령을 면담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문제에 대해 ‘외교부가 상당히 반대하지만 방미 길에 정치적으로 푸셔야 한다’고 건의해 해결할 수 있었다. 유가 급등도 여야 협의로 추경을 편성해 대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조직해 잘 대응했다. 하지만 공기업 노조의 부당한 일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져 정부가 내내 어려웠다.



-대운하 문제나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이슈도 논란이 컸는데.

△4대강 사업 기획자들이 ‘한 번에 건설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나니 밀고 나가자. 운하로서의 기능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이 많아 당 차원에서 운하를 포기하게끔 하고 4대강 사업만 하도록 조정했다. 2010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안도 야당과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돼 국정에 애로가 컸다. 그해 고용노동부 장관을 할 때 타임오프(노조 전임자의 노사 교섭, 산업 안전, 고충 처리 등에 한해 근무시간 인정) 도입이라는 성과도 있었으나 논란도 많았다. 2011년 초에는 비서실장으로서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이 모두 갈등이 큰 사안이었고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인수위에 조언한다면.

△대선 공약은 사실 꼼꼼한 검토가 안 돼 있다. 정부와 같이 다듬어야 한다. 경중·완급·선후를 정해 우선 처리 과제는 꼼꼼하게 준비하고 집행 인력까지 준비해야 한다. 당장 코로나19 대책과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불안한 국제 정세 대처, 기업 활동 지원 등 민생을 챙겨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에 공약이라고 지시해도 현실화까지는 만만찮은 어려움이 있다. 정부를 못 믿겠다고 낙하산식으로 해도 일을 추진하기 힘들다. 때로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



-인수위에서 정부 조직 개편도 현안인데.

관련기사



△일을 잘하게 하기 위한 게 목적 아닌가. 사람들의 변화 없이 조직 개편만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개편되는 조직에서 누가 중심이 될 것인지 준비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당위성과 목표·방법·여건을 점검해야 한다.



-공직 사회에서 소프트웨어적 변화가 중요한데.

△전임 정부가 중요하다고 한 것을 정권 교체 뒤 문제 삼아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 곤욕을 치르지 않았나. 그래서 복지부동하고 새 정부와 같이 승부를 거는 데 주저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무적 관점에서 실적을 내려고 하는 데 비해 공무원은 관리와 부작용까지 고려한다. 공공 조직의 자발적 협조를 끌어내려면 소통과 합리성이 필요하다. 충성도만 갖고 인선해서도 안 된다.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 측면에서 벤치마킹 사례가 있다면.

△영국의 고(故) 마거릿 대처 전 수상(1979~1990년)과 토니 블레어(1997~2007년) 전 수상을 들고 싶다. 대처는 ‘철의 여인’으로 불리지만 공무원 등과 대화를 많이 했다. 단 노동 개혁 등 옮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면 집단적 이해관계를 뚫고 나갔다. 그는 ‘나는 합의(Consensus)가 아닌 확신의(Conviction) 정치인’이라고 했다. 옳은 일과 절충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번은 영국 자동차 노조에서 일본 소형차 시장 개방에 반대하자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오는 것과 경쟁을 못하느냐’고 지적했다. 대처는 수상실에 이행점검위원회도 뒀다. 블레어는 대처의 반대편인 노동당이지만 ‘제3의 길’을 내걸며 대처 정책 중 상당 부분을 계승했다. 그는 소통에 능했는데 영국은 수상이 매주 의회에 나가 의원들과 질의 응답을 하지 않나.



-권력자 주변에는 바른말하는 사람이 드물어 ‘레드팀’과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한데.

△저는 임명직에 추호의 관심도 없다. 만약 자리 욕심이 있는데 직언을 한다면 대단한 용기가 있는 것이다. 조선의 절대 왕권에서도 사헌부·사간원·홍문관은 왕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했다. 요새 언론은 그 역할을 잘 못한다.

-‘정관의 치’를 한 당 태종에게는 위징이 있었는데.

△정암 조광조처럼 충신은 뜻을 관철하기 위해 왕의 의사를 꺾으려다가 본인과 왕 모두를 망치는 결과를 낳았다. 위징처럼 양신은 지혜롭게 건의해 자신도 살면서 황제도 피곤하지 않고 기분 좋게 생각과 태도를 바꾸도록 했다. 내 경우 중압감에 시달려 피곤해 하던 MB에게 ‘충신보다 양신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권력자 주변에는 예스맨으로 가득 차 양신을 깎아 내리기 마련이다. 그러면 불행해진다.

-윤 당선인과 MB의 스타일을 비교하면.

△윤 당선인은 직진 스타일이라고 하지 않나. MB는 직진하면서도 돌부리가 있으면 피해서 직진했다. 대한민국호의 승객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 보통 권력을 잡으면 성과를 내기 위해 압박형·지시형으로 바뀌게 된다. 그게 바로 정권이 나쁜 길로 들어서는 조짐이다.

he is…

1956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경동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학·석사를 한 뒤 재정경제부 과장을 거쳐 2000년 정치에 입문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3선을 했다. MB 정부 당선인 비서실장→여당 정책위의장→고용노동부 장관→대통령 비서실장을 거쳤다. 지난해 말까지 국립 한경대 총장을 역임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