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영화는 '액션 느와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패밀리 액션 느와르겠네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는 명품 배우 손현주가 3년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봄날(감독 이돈구)'이 4월 말 개봉을 앞두고 제작보고회를 열어 명품 출연진들과의 명품 케미를 선보였다.
영화 '봄날'은 한때는 잘나갔던 큰형님 '호성(손현주)'이 8년 만에 출소한 뒤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며 동생(박혁권)과 맏딸 은옥(박소진), 둘째 아들 동혁(정지환), 엄마(손숙) 그리고 눈치 1도 없는 '오지랖킹' 친구 양희(정석용)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고, 부조금을 밑천삼아 기상천외한 비즈니스를 계획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철부지 아빠 호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촉즉발, 수습불가 스토리를 봄날처럼 따뜻하게 엮어낸 작품이다.
30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손현주 배우와 함께 박혁권, 정석용, 박소진 배우 그리고 이돈구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속 케미인지 배우들의 현실 '찐' 케미인지 헷갈릴 정도로 티키타카가 오갔던 이날 이야기를 Q&A로 정리했다.
Q. '애물단지이자 철부지 아빠' 호성 역은 어떤 역할인가요?
#손현주 : 원래 인생은 마음처럼 잘 안 됩니다. 저(호성)도 교도소 있다 8년 만에 나와서 잘 해보려고 한 건데 그게 잘 안 됐던 거죠. 제 딸과 아들한테 돈 좀 쥐어주고, 제 친구 양희한테도 술값 좀 쥐어주고, 일명 복덕방(공인중개사) 하는 동생한테도 돈 좀 쥐어주고 싶어서 일을 좀 벌였습니다. 그런 여러가지 생각이 많은 인물이죠.
Q. 그런 형을 보는 동생 종성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박혁권 : 좀 복잡합니다. 오랜만에 출소한 형을 보며 걱정도 많이 될 것 같고. '잘 해봐야지' 라는 마음이었다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문제인 거죠. 입장차가 분명한 것 같아요. 형도 고생했겠지만 나도 고생했고. 양희 형님도 고생 많으셨을 거고요.
#손현주 : 사실 종성이보다 양희가 더 고생했죠. 양희가 저희 집안을 많이 일으켰습니다.
Q. 그렇다면 '오지랖킹 친구' 양희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정석용 : 호성이와 어렸을 땐 친했는데 친구가 나쁜 길로 가서 대화를 많이 못나눴었어요. 친구가 갑자기 큰집(교도소)에 가서 8년 동안 안 나왔으니까. 호성이 없는 동안 호성이 가족들을 직접 챙겼습니다. 동생도 집에 잘 안 오니까 실질적으로 가장 노릇을 했다고 볼 수 있죠.
Q. 공개된 사진 보니 장례식에서 춤을 추고 계십니다.
#정석용 : 돌아가신 분을 즐겁게 보내드리고 싶은데 뭔가 불만인 상황이었어요. 뭔가 한 맺힌 행위 예술이랄까. 장례식은 좀 그래야 하잖아요. 결혼식장은 못 가도 장례식장은 꼭 가라고, 술도 마시고 여러 사람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런 게 오지랖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현주 : 실제로도 365일 경조사이신 분이셔요.
#정석용 : 실제로는 저는 남 일에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긴 합니다.
Q. 그런 아버지를 둔 'K-장녀' 은옥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박소진 : 아빠 호성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왜 저럴까 싶은 구석들이 하나씩은 있는 마음이었어요. 장례식날 새벽에 제가 결혼할 사람을 인사 시켰는데, 그때만큼은 아빠가 아빠다웠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하지만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게 됩니다. 아빠 마음은 너무나도 알겠는데 그게 뭐든지 그냥 안 해줬으면 하는, 사랑만 내게 줬으면 하는 딸입니다.
#손현주 : 영화 '봄날'이 사실 작은 영화가 아니에요. 장르로 따지면 저는 액션 느와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패밀리 액션 느와르죠. 최선을 다해서 제 딸한테 돈을 마련해주고자 노력을 했습니다.
Q. 이돈구 감독님이 호성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신다면?
#이돈구 감독 : 제2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인물이죠. 가족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사는 인물입니다. 영화 속에서 했던 모든 선택들이 호성에겐 최선이었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살고있나.
Q. 연기 궁합은 어떠셨나요?
#손현주 : 제가 연기 경력이 꽤 되는데도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이 모두 처음 뵌 분들이에요. 그런데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 찍는 것처럼 되게 편안했습니다. 석용 씨와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석용 씨가 갖고 있는 연기에서 저 스스로도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석용 씨한테 좋은 사람 소개시켜서 결혼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정석용 : 되려 오지랖은 손현주 선배님이 더 많으셨어요. 물론 친하게 지내고 밥도 같이 먹고 했는데, 그 정도만 하셨으면 좋겠는데 너무 깊이 들어오세요. (농담)
#박혁권 : 저도 계속 같이 촬영을 해왔던 사람들처럼 호흡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소진 : 제가 언제 선배님들과 말을 섞어보겠어요. 선배님들 캐스팅 얘기 들었을 때부터 정말 하고싶다는 생각 뿐이었고요. 진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손현주 : 우리 소진 씨가 음악을 하셨잖아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음악하는 사람이 연기로 저렇게 많은 것을 뽑아낼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Q. 각 캐릭터를 연기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셨는지?
#박소진 : 손현주 선배님이 평소에 원체 자상하시고 장난도 잘 건네시는데요. 슛만 들어가면 그 찰나에 눈빛이 바뀌어서 '호성'으로 변하시더라고요. 그 순간에 저도 스스로 호성을 외면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 했었습니다. 저절로 아빠에 대한 애증을 잘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박혁권 : 예전에는 되게 무서웠던 형이었잖아요. 형 덕분에 동네에선 어깨도 좀 피고 살았을 텐데. 그런 과거에 대한 디테일한 생각들을 고민하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석용 : 제가 장례식장에서 계속 취해있는 상태라 고민이었어요. 꼬박 이틀 장례식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 취함의 단계를 어떻게 해야하나 감독님과 애기를 많이 했었죠. 어떻게 보면 밉게 보이는 역할인데, 볼 때 불편하게 생각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정감있는 캐릭터가 되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돈구 감독 : 정석용 배우는 술을 진짜 드시고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굉장히 연기를 정확하게 하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배우 분들도 너무 대단하셨고요. 첫 촬영 후 제가 딱 든 생각이 '나만 잘하면 되겠다'였습니다. 그정도로 행복했어요.
#손현주 : 감독님은 행복하셨을 거예요.(농담) 저같은 경우는 감독님처럼 예민하고 치밀한 분은 처음이었어요. 그 꼼꼼함에 사실 힘들기도 했죠. 그만큼 치열했다는 얘기예요. 감독님 나쁜 말이 아니고요.(농담)
Q. '호성'을 연기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요?
#손현주 :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호성이란 인물 자체가요. 마냥 가족영화라고 말씀을 못드리는 것도 그런 의도입니다. 가슴이 아픈 상황에서 나온 행동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철부지로 보였겠지만 저는 만회하고 싶었어요. 극이 흘러가는 후반쯤 되면 그 아픔을 같이 아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봄날'은 어떤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끝인사)
#이돈구 감독 : 봄날은 저희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겪은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했고요. 아버지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니 막연하게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서 가족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살펴보시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정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습니다.
#손현주 : 작년에 완성했던 영화가 곧 개봉합니다. 제작비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처음이 그렇게 녹록치 않았고요. 그렇기에 여기 있는 배우들이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시작했을 겁니다. 이돈구 감독의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때문에 저는 이 영화를 선택 했었습니다.
현재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들이 100여 편 정도 있을 거예요. 4월에 이 영화를 개봉한다는 게 저희에게는 정말 행운인 것 같습니다.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담은 영화가 '봄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박혁권 : 올해 겨울이 유난히 길었던 것 같습니다. 따뜻한 봄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석용 : 쉽게 예상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편안하게 봐주세요.
#박소진 : 따뜻하게 만든 영화입니다. 누구와 보셔도 좋은 마음 하나씩 가져가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