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0일 한국노총과의 첫 회동에서 경제 회생을 위한 노동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노사 현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진통을 겪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정 관계의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는 친(親)노조 편향 정책으로 ‘기울어진 노사 운동장’을 만들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 52시간제 강행에 이어 노동 3법 개정 및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까지 밀어붙여 ‘노조 천국’을 만들었다. 강성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고 불법 농성·시위를 벌여도 경찰은 지켜보기만 했다. 현 정부 5년 동안 37만 개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가 해외로 순유출됐다는 대한상의의 조사 결과는 경직된 노동시장이 부른 참사다. 이날 시민단체인 일자리연대 주최로 열린 ‘노동 개혁과 일자리 정책’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정권 초기야말로 노동 개혁 추진의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임금 체계 개편 및 근로시간 유연화 등으로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고 낡은 노동법제 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노동계의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면서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는 등 표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진정한 국가 지도자라면 달라져야 한다. ‘영국병’ 치유에 앞장선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독일을 ‘유럽의 병자’에서 깨어나게 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등의 강력한 노동 개혁 의지를 배우고 실천해야 할 때다. 정책 수단이 거의 소진된 긴축의 시대일수록 노동 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강성 노조의 눈치를 그만 보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성과 위주의 임금 체계 도입, 노사 협력 문화 정착 등을 위한 노동 개혁 로드맵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