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에너지 선택권 이젠 소비자에게 넘겨야죠”

재생에너지 발전량 에너지시스템 개발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

전력 판매 한전 독점 세계서 유일

폐쇄적 구조론 시장 역할 못해

에너지 갈라파고스로 전락 가능성

원하는 에너지원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장 구조로 개편해야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우리나라에서 전기 판매를 할 수 있는 곳은 한국전력밖에 없습니다. 전력 소비자들은 특정 공기업에서 공급하는 전력만 쓸 수 있는 구조인 셈이죠. 이런 폐쇄적인 전력 구조를 가진 시장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에너지 정보기술(IT) 소셜 벤처 식스티헤르츠의 김종규(39·사진) 대표는 30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력 시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13년 첫 직장인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를 그만두고 IT 기반 태양광 전문 기업 ‘해줌’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독일법인장을 지내고 베를린자유대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재생에너지의 발전 가능성을 목격했다고 한다. 2020년 10월 식스티헤르츠를 창업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에서다. 발전량 예측 시스템과 전국 8만여 개의 태양광·풍력발전소를 하나로 연결한 가상 발전소 ‘햇빛바람지도’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대통령상, 고용노동부 국무총리상,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등 소셜 벤처 분야의 각종 상을 휩쓴 것은 그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한국을 ‘재생에너지 후진국’이라고 단언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7.2%)보다 낮은 수준(약 6%)에 머물렀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시장구조가 낙후돼 있다는 점이다. 한전이 전력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자유롭게 다양한 에너지원을 거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현재 한국에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대략 10만 개 정도다. 하지만 개인들이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RE100’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만 대상일 뿐 개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그는 “농산물 중 유기농만 먹는 사람들이 있듯이 전기도 재생에너지만 쓰려는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하지만 태양광 또는 풍력만 생산하는 발전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는 우리나라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전력 소비자들의 에너지 선택권이 박탈돼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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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발전량이 적고 좋을 때는 급속히 늘어나 수요를 초과할 때도 있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넘을 때다. 현재는 발전을 중단하거나 전력을 버릴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 풍력발전기가 수시로 꺼지는 이유다. 그는 “재생에너지는 발전비용이 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그럼에도 에너지 공급 초과가 일어날 경우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 가동을 중단해 발전을 줄이는 쪽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발전량 예측 기술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발전량을 하루 또는 사흘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면 에너지원별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이 회사의 발전량 예측 기술은 연평균 2.6%의 예측 오차만 보일 정도로 정확한 편이다. 그는 “발전량 예측이 가능하면 발전비용이 들고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화력발전의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리 전기차 충전을 확대하는 것도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의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갈라파고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가 재생에너지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고 다른 산업도 그에 발맞춰 돌아가는데 한국만 제외된다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갈라파고스화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닥칠 수 있는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전력 시장구조 개편을 통한 ‘진짜 시장’을 만드는 것을 제시한다. 김 대표는 “전력에서도 소비자와 공급자 간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시장이 나와야 한다”며 “누가 승인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게끔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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