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을 떠난 대표적인 한국의 지성 이어령의 마지막 저작 ‘한국인 이야기’중 첫 번째 유고작이다. 저자는 아무도 듣지 못했던, 또 아무도 들려주지 못했던 ‘한국인 이야기’를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 집단 지성을 채록하고 재구성해 독자에게 전한다. 이어령의 지적 통찰력은 말년까지도 탁월했다. 저자는 젓가락을 통해 문명의 본질을 풀어 놓는다. 젓가락에는 한국인이 계승하고 발전시킨 상징체계의 유산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문화유전자, 젓가락의 밈(Meme)이다. 한국인이 되기 위해서는 밈을 공유해야 한다. 저자는 젓가락 속 문화유전자가 한국인들의 정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점을 평생의 지식을 통해 독창적으로 전달한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에서 선보였던 ‘작은 사물로 만물 풀어내기’의 역량이 그대로 이 책에서도 발휘된다. 미시와 거시를 자유롭게 오가는 저자의 깊은 지적 사유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최초의 역사를 만든 이는 헤겔의 말처럼 싸움꾼이 아니라 이야기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역사를 서술하는 이야기꾼의 재주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