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3선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이후 분위기는 미묘합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대선에서 석패하면서 민주당 주류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빠르게 교체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전 지사가 1614만 표를 얻은 민주당의 유일무이한 ‘상징자본’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내 질서가 이 전 지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 그런 가운데 이재명계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아무래도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이재명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차분히 주류 교체에 나선 친명계를 견재하는 것은 기존 당내 주류 친문. 전해철·황희·박범계 의원 등이 당으로 다시 돌아오는 8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주류교체 대전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22대 총선전까지 윤석열 정부와 거대야당 관계설정의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달라진 이재명계…흔들리는 친문
사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이재명계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21대 국회 첫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명계의 맏형인 정성호 의원은 불과 9표를 받았습니다. 이 전 지사가 19대 대선 경선에 참여해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을 상당히 높였고, 경기지사로서 차기 유력 주자로 이미 떠오른 상황에서도 친문은 견고했습니다.
당시 원내대표 당선자는 친문을 자처했던 김태년 의원. 이어 4·7재보궐 선거 참패로 당 쇄신 목소리가 뜨거웠던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자타공인 친문 윤호중 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선됐습니다. 당시 도로 ‘친문’이냐는 비아냥까지 들었지만 주류 친문은 ‘넘사벽’이었던 셈. 이번 대선 패배 후에도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인 윤호중 의원이 비상대책위를 맡아서는 안된다는 당내 반발에도 친문은 흔들리지 않는 듯 합니다.
사실 이번에도 친문·이낙연계 박광온 의원이 원내대표로 유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박홍근 의원의 승리. 애초 ‘박원순계’로 분류됐지만 박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뒤 이 전 지사 지지를 밝혔고 캠프 비서실장을 역임해 빠르게 ‘이재명계’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상 계파 대리전이나 다름 없었던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문·이낙연계’가 패배하고 ‘친명·이재명계’가 승리한 결과라는 해석입니다.
지방선거 “승산있다”…송영길 ‘서울’·김동연 ‘경기’ 이재명 당권 밑그림
6·1지방선거에 대한 당내 기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대선 패배 후 새정부 출범 20여일만에 치러지는 지선이 구도상 불리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 지선이 해볼만하다는 게 내부 판단입니다. 실제 윤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치는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5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윤 당선인이 ‘앞으로 5년간 직무를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5%였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당선 2주 내 대체로 80% 안팎의 긍정 평가를 받은 것과 차이가 분명합니다. 이명박 당선인은 2007년 12월 84%의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 당선인은 78%(2012년 12월), 문재인 당선인은 87%(2017년 5월)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이 같은 여론에 기대는 한편, 박 원내대표 역할에 따라 지선에서 주요 광역단체장을 석권할 경우 이재명계는 8월 전당대회에 본격적으로 당권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다지기 위한 방편으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차출론도 나온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이 전 지사와 호흡을 맞춰 ‘부상투혼’까지 선보인 이재명 호위무사로 평가되고 있고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역시 단일화 과정에서 이 전 지사의 든든한 우호세력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 전 지사의 8월 전대의 조기등판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 대선 뒤 1~2년 휴식기를 거쳐 당권에 도전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대장동 이슈 등 검경의 칼날이 바로 이 전 지사를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권 도전에 빨리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재명 당대표로 가는 이재명계의 큰 그림의 일환이라는 해석입니다.
돌아오는 친문…8월 전대 계파갈등 커지나
물론 주류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해철, 황희, 박범계 의원 등 자타공인 친문의원들이 내각에서 당으로 돌아오면서 당권경쟁에 뛰어들 경우 8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친명·친문 간 총력 투쟁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지난해 당 대표선거에 나섰던 친문 홍영표 의원까지 가세할 경우 당권 경쟁은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될겁니다.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 경선을 거쳐 대선기간 동안에도 이재명계와 이낙연계간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8월 전당대회는 갈등의 용광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과거 국민의힘의 친이계와 친박계간 갈등이 보수붕괴를 가져왔던 것과 같이 민주당 내부에 권력다툼이 극심해질 경우 분당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권을 장악하는 측과 실패하는 측 모두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웃는 건 국민의힘. 여소야대 국면을 해소할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현실에서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분출할 경우 국민의힘의 정계개편 시계는 초침이 돌기 시작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