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증권사 직원이 주가 하락을 방어해달라고 부탁하자 권오수(63·구속기소)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김건희 여사 계좌로 주식을 매수한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호가장과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 씨가 권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2012년 7월 권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이 있으면 방어라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이후 김 여사의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를 매수한다.
검찰은 권 회장 등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말까지 주가조작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권 회장에게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시점에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3000원대였는데, 이는 수개월 전 8000원대에서 급락한 수준이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김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김건희 명의 계좌로 1500주를 매수한 것은 권오수 피고인이 증인의 요청에 따라서 주식을 매수해 준 것인가”라고 물었고, 김씨는 “제가 문자를 보냈으니까 샀겠죠”라고 답했다.
다만 김씨는 김 여사의 주식 매수에 대해 “수량이 1500주면 500만원 정도”라며 “저것 가지고 (주가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에 검찰은 “계속 조금씩 사서 보태준 모양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김 여사의 계좌로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방식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며 거래 체결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이 당시 증권사 직원으로서 블록딜 거래를 성사시킨 김씨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매매를 체결시킨 이유가 뭔지 묻자 김씨는 “매수인이 주식을 싸게 사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권 회장을 비롯한 다른 공범들에 대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그는 권 회장으로부터 ‘고객 계좌를 이용해 주가 부양이나 주가 관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검찰은 김씨 등 ‘선수’들이 먼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구매한 뒤 권 회장에게서 들은 내부 정보를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과 지인들에게 흘리며 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김 여사가 이들의 주가조작 과정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