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해외광산 속속 흑자전환…'매각 의무' 광업공단법 개정 시급

[몸값 뛰는데 멈춰선 자원개발]

원자재가격 치솟고 수요도 늘어

작년 4개 광산서 1.5조 당기순익

공급난에 더 큰 수익 예상되지만

해외자산 무조건 처분하도록 규정

자원안보 위해 긴호흡 접근해야





지난 10년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던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 광산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급난 속에 각종 산업의 원자재로서 광물의 가치가 재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광산의 몸값도 급격히 개선되는 추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난이 더 심각해지면서 실적 회복세는 눈에 띌 만큼 가파르다. 이 때문에 과거 방만했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구조 조정한다는 명분 속에 마련됐던 해외 광산 의무 매각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광해광업공단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해외 자원 개발 현황’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12억 800만 달러(약 1조 4600억 원)였다. 이 중 암바토비 광산과 코브레파나마 광산은 각각 진출 15년, 12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암바토비 광산은 지난해 5억 5600만 달러, 코브레파나마 광산은 7억 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두 광산 모두 전년의 적자에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도 적자에서 허덕인 볼레오 광산도 적자 폭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들 광산의 국내 지분이 작게는 10%에서 크게는 90%까지 된다는 점에서 광해광업공단의 재무 구조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27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얻었다. 통합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20년 1조3543억원의 적자를, 한국광해관리공단이 1100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1조 7407억 원의 수익을 추가로 얻었는데 이 중 광물 가격 인상에 따라 증가한 순이익은 6935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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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실적 전망이 더 좋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해광업공단은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바로 지난해 9월 출범하며 제정한 광해광업공단법 때문이다. 이 법이 공단의 주요 사업으로 ‘광업과 관련된 해외 투자 사업의 처분’만을 규정해 공단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에 나서야 할 판이다. 실제 광해광업공단은 이들 광산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증권·로스차일드 컨소시엄과 암바토비 광산의 매각 주간사 선임 용역 계약 체결을 완료했고 지난달부터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의 매각 자문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역임했던 양수영 서울대 교수는 “신냉전 시대를 맞아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주요 광물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광해광업공단법을 개정해 보유 자산의 매각을 막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외 자원 투자를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광산 개발은 이명박(MB) 정부 이후 적폐로 낙인찍혔다. MB 정부의 자원 외교가 부실로 드러나면서 해외 자원 개발 사업도 올스톱됐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3월 해외 광물 자산의 전량 매각 방침을 발표한 후 한국광물공사(현 광해광업공단)는 26개 해외 자산 가운데 11개 자산을 매각했다. 특히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은 투자 원금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팔아 치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제4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해외 투자 자산이라도 공급망 측면에서 중요한 자산인 경우 매각의 적정성을 전체 국익 차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광해광업공단법 개정 없이 광해광업공단이 매각 중단에 나서기는 불가능하다.

광해광업공단이 보유한 광산은 자원 안보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니켈 생산량 중 러시아산 비중이 10%에 달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산 니켈 수출이 줄며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1톤당 가격은 지난달 평균 3만 7790달러에 거래돼 한 달 만에 56%나 올랐다. 전기차 배터리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한국 입장에서는 니켈의 안정적인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유연탄 역시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매각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 자원 개발률은 추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원 개발률은 수입 자원 총량 대비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원의 비율을 뜻한다. 현 28.6% 수준의 주요 광물의 자원 개발률은 주요 광산 매각 시 2024년 21.3%로 감소한다. 미매각 또는 국내 매각 시 27.0%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5.7%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 의원은 “자원 개발은 안보와 직결된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광물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중단된 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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