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재정 준칙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 준칙을 토대로 하되 일부 수정을 거쳐 중장기적인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방안을 국정 과제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5일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 공약인 국가 재정 관리를 위한 재정 준칙 도입은 국정 과제 보고 자료에 포함됐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2020년 기재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을 바탕으로 이를 세부 조정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기재부는 2025년부터 국가 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다만 해당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1년 4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인수위 안(案)이 있고 부처 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공약을 기본으로 놓고 모두 검토하는 단계”라며 “인수위가 재정 준칙을 새로 만들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무 부처인 기재부와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기재부가 내놓은 재정 준칙에서 남길 것은 남기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만 고쳐 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가 채무 비율이 60%를 넘더라도 통합재정수지가 -3% 이내면 재정 준칙을 충족하게 한 복합 산식을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정 준칙을 도입한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나치게 유연성을 부여해 사실상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수위에서 활동 중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2월 보고서에서 기재부 안에 대해 “GDP 대비 채무 비율 60%는 현시점에서 채택 가능한 채무 비율 상한선의 실질적 하한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며 “다만 복합 산식 구조는 준칙의 구속력을 떨어뜨려 단순한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김소영 경제1분과 인수위원 역시 인수위 합류 전 인터뷰 등에서 “국가 채무 비율은 누적되는 저량(stock) 개념이고, 통합재정수지는 매해 갱신되는 유량(flow) 개념으로 서로 다른 성질의 수치인데 이를 하나의 공식으로 만든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복합 산식을 지적한 바 있다.
다만 50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 등 각종 공약 이행 과정에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재정 준칙 도입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안도 도입 시점이 2025년부터다. 인수위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큰 방향만 잡혔고 구체적 기준은 이제부터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