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북핵 위협에 더 밀착하는 韓美…쿼드·IPEF로 '동맹 확장' 기대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 공감대

대북 확장억제 강화로 비핵화 압박

연합훈련 정상화·한미일 협력 강화

나토식 핵공유 협정 검토할 수도

워킹그룹 참여 군사 넘어 경제동맹

北 인권문제 대응서도 협력 예상

박진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이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협의 직후 기자들과 문답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박진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이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협의 직후 기자들과 문답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자 한미가 한층 더 밀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방미를 계기로 양국 간 포괄적 전략 동맹의 한 단계 격상을 위한 공감대가 마련됐다. 한미는 2009년 양국 간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맹을 맺었는데 이를 더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포괄’이라는 표현을 고려할 때 한미는 전통적인 군사동맹뿐 아니라 경제 동맹 등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하고 7차 핵실험 준비 조짐도 보이고 있는 북한에 대응한 한미 공조의 강화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 협의체로 알려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참여할 가능성이 유력히 점쳐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확장 억제가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뒤따른다.

◇한미 결속 방향은=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중 약화한 한미 동맹을 다시 복원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국익 우선 외교’를 천명하며 제1의 외교 공약으로 한미 동맹 재건과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정상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실질적 활성화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 참여 등을 공약했다.

이런 가운데 방미한 대표단이 미국 측과 포괄적 전략 동맹 격상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며 한국 정부의 쿼드 가입은 물론 핵우산이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공약 실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 기간 느슨해진 한미 동맹의 린치핀(핵심 축)을 단단히 조이겠다는 것”이라며 “포괄적 전략 동맹의 격상은 양국 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한미연합훈련의 적극적 참여와 대중 경제 제재 동참,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의 쿼드 워킹그룹 참여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외교 기조에 따라 쿼드 참여에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쿼드 워킹그룹 참여를 바라왔다. 이번에 방미한 윤 당선인 측 대표단과 회동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이 같은 입장을 전하며 “한국과 다양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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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및 오커스 참여 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과제가 IPEF와 오커스”라며 “경제와 안보 양 축”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지역과 관련한 협의체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장 억제 이상 강수 나올까=이와 함께 윤 당선인이 미국과 나토식 핵 공유 협정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은 핵 공유보다는 기존의 확장 억제 공약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 공유 카드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게 윤 당선인 측 주요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달 중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한미가 이르면 다음 달 정상회담을 열고 핵우산 강화 구상 등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남 교수는 “한미 동맹 발전 방향을 판가름할 주요 변수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라며 “한국이 포괄적 전략 동맹을 격상해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만큼 미국도 한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만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한국과의 핵 공유 협정 체결에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미 간 핵 공유 협정 체결은 미지수지만 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압박 수위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단이 이번 방미 기간 미국 측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CVID는 문재인 정부가 그간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제해온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가 대화와 회유 중심에서 억지와 압박으로의 대북 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도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치가 이행될 때 이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무부가 이날 양측 면담과 관련해 발표한 보도 자료에는 CVI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겼다.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반복했다는 얘기다.

한편 한미가 향후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협력할지 관심을 모은다. 윤 당선인은 남북 관계를 고려해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며 지난 5년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도 북한 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차기 정부와 북한 도발뿐 아니라 인권 문제 대응 협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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