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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보다 조금 더 나간 브레이너드…QT 잊고 싶던 시장은 타격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연준라엘 브레이너드 이사. 연준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 인준을 기다리고 있는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의 “5월 회의 직후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겠다”는 발언에 하락했는데요. 나스닥이 2.26%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1.26%, 0.80% 내렸습니다.



반면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트위터는 2.02% 올랐는데요.

이날 국채금리가 올랐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 발언 여파인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2.56%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모두 팔았다”며 “(그 원인으로는) 브레이너드를 탓해라”라고 설명했는데요. 오늘은 연준의 움직임과 인플레이션에 관한 분석을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통화정책, 연말께 더 중립적인 수준될 것…인플레 낮추는 게 가장 중요”


이날 브레이너드 이사는 “나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으며 이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우리 모두가 완벽히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연준은 일련의 금리인상과 5월 회의가 끝나는 대로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만약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연준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5월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우선 브레이너드 이사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으며 이를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같은 취지의 말을 했었고 브레이너드도 청문회 때 이를 언급했지만 사람들을 다시 한번 각성하게 했죠.

시장은 이날 빠른 속도로 대차대조표를 줄인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사실 이는 파월 의장이 했던 얘기입니다. 그는 1월 FOMC 후 ‘상당한’ 규모로 대차대조표를 줄여나가겠다고 하면서 “대차대조표 축소는 금리인상 뒤에 시작되며 지난 번보다는 더 빨리 움직이겠다고 말했었지만 그 이상 추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었는데요. 2017~2019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미국 경제가 강하다는 말로 빨리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었습니다.

브레이너드 이사의 이날 발언은 사실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약간 더 구체화했을 뿐이다. 월가의 최근 전망에도 부합한다. 로이터연합뉴스브레이너드 이사의 이날 발언은 사실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약간 더 구체화했을 뿐이다. 월가의 최근 전망에도 부합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에 브레이너드 이사는 여기서 조금 더 나가서 5월 FOMC 직후에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겠다고 하면서 약간 업데이트를 해준 셈인데요. 정확히는 좀더 구체적인 정보를 준 것이죠. 미 경제 방송 CNBC도 “과거 파월의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약간 더 나아간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추가로 브레이너드는 연말께 통화정책이 더 중립적인 위치에 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지난 3월 FOMC 이후 나온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의 연말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1.9%입니다. 여기에 양적긴축(QT)을 더하면 2.4~2.5%로 추정되는 중립금리에 더 가깝지 않겠느냐는 말이죠. 보유자산 축소는 금리인상 효과를 냅니다.

종합하면 브레이너드의 이날 발언은 △연속적 금리인상(0.5%p 인상 가능 포함) △빠른 대차대조표 축소 △연말께 중립금리에 가까워짐 등 3가지를 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존보다 약간 더 구체적인 상황과 힌트가 나오고 브레이너드가 세 가지를 함께 시장에 다시 인식시켰고 최후의 보루였던 그가 이렇게 나오니 시장도 놀란 겁니다.

지금은 좀 덜 하지만 한동안 금리인상보다 대차대조표 축소가 증시에 더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브레이너드의 말은 파월이 얘기한 것과 현재 시장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한다는 건 아니”라면서도 “울고 싶은데 뺨을 맞은 격인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플레 위험 10단계 중 8~10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올 것…새로운 포트폴리오 전략 필요”


실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해서 전해드리듯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이날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은 다른 것들과 함께 우리가 고려해야만 하는 옵션이 될 것”이라며 5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이어 “정책금리 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이제 연준의 움직임을 볼 때는 연속적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빠른 시일 내 중립금리 도달 노력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깔고 봐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CEO 레이 달리오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1~10의 수치로 제시해달라는 질문에 “8에서 10 정도”라고 답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달리오는 “우리는 앞으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그런 환경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며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고 했는데요.

CNBC의 설문. 응답자의 76%가 고물가가 재정적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캡처CNBC의 설문. 응답자의 76%가 고물가가 재정적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CNBC 방송화면캡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은 많았지만 그것이 짧은 시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패러다임이 바뀌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투자법도 변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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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CNBC가 모멘티브에 의뢰해 지난달 23일부터 24일까지 395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1%는 올해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 가구는 평균 월 296달러의 추가 비용이 생기고 있다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경제가 둔화할 것이며 주식시장은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기침체 우려와 소비감소가 직접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줍니다. 이날 도이치뱅크도 경기침체 관련 경고를 직접적으로 내놓았는데요. 은행은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연준이 내년 말과 2024년 초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두 분기 동안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실업률이 1.5%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케이스 러너 트루이스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연준의 연착륙 능력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연준 인플레 올라도 금리 내리기도 했다”…브레이너드 “하방리스크 없는지 수익률 곡선 볼 것”


연준의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의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을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의 분석인데 1989년 중반부터 1991년 초까지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5%에서 5.6%로 높아지고 있음에도 연준은 거꾸로 금리를 3%포인트가량 낮췄고 후에 인플레가 잦아들면서 이것이 맞는 정책이 됐다는 건데요. 2000년과 2001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06년에는 근원 CPI가 연준의 목표치(2%)보다 거의 1%포인트나 높았음에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도 했죠.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연준이 미래의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했을 때는 인플레이션이 향후에 낮아질 것이라고 보면 물가가 높더라도 금리를 낮추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문제는 연준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선제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사후적, 즉 통계를 확인한 뒤에 통화정책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입니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쓰면 물가가 높은 상태이거나 심지어 오르는 상황에서라도 금리를 유지하거나 낮출 수 있는데 지금은 통화정책 변경에 그럴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인데요.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도 연준이 고집을 부릴지는 의문”이라며 “기조를 바꾸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이 연준이 과도하게 금리를 올려 경기침체로 몰고 가는 것인데 사후적 통화정책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요. 지금도 딱 그런 상황이긴 합니다. CIBC의 분석 가운데 참고할 만한 것이 경기침체가 시작한 시점보다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찍는 시점이 뒤라는 건데요.



구체적으로 경기침체 시작시점과 근원 인플레 피크시점을 구분해 보면 △1980. 2 // 1980. 6 △1981. 8 //1981. 9 △1990. 8 // 1991. 1 △2001. 4 // 2001. 11 △2008. 1 //2008. 7 등입니다. 경기침체 시작 몇 개월 뒤에 인플레가 정점에 달한 거죠.

핵심은 근원 인플레가 피크를 치기 전에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져들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들이 있다는 건데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플레가 올라가고 계속해서 꺾이지 않는다고 금리를 더 올리고 공격적으로 긴축을 했다가는 경기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CIBC는 그래서 연준도 기계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 “중앙은행가들은 로봇이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연준이 금리를 올리다가 말 것”이라는 채권시장의 해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브레이너드 이사도 “채권수익률 곡선을 보면서 하방위험이 있는지를 살피겠다”고 했습니다. 금리역전 현상을 의식한 것인데 2년과 10년, 5년과 30년 만기 국채금리의 예고대로 경기침체 징후가 생긴다면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말로 읽힙니다. CNBC는 “물가상승과 함께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요.

이런 내용을 전해드리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좀더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6일 나올 3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의 내부 분위기를 더 알 수 있을 듯한데요. 앞으로도 다양한 시각과 깊이있는 분석을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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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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