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모진에게 6·1 지방선거 승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둬야만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윤 당선인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며 핵심 과제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 측근들은 지방선거 전면에 뛰어들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참모들과의 자리에서 “아직 정권 교체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아야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동력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지방 권력 교체에도 힘쓸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 정부에 추동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윤 당선인의 측근 인사들이 직접 선거에 뛰어들었다. 전일 당선인 대변인직을 사퇴한 김은혜 의원은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김은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세기가 서울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경기도의 시대가 돼야 한다”며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도전이 유력했던 김태흠 의원은 충남지사 출마로 급선회했고 주기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도 광주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첫 내각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내부 검증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인사 문제가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자녀 대학 진학 과정, 암호화폐 보유 현황 등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일찌감치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내비쳤던 김태흠 의원이 충남지사 출마를 결심한 것에는 윤 당선인의 권유가 있었다. 또한 ‘당선인의 입’으로 언론과 원활한 소통을 이어갔던 김은혜 의원이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는 ‘윤심(尹心)’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삼권분립의 정신에 따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우선하는 것처럼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적 중립도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며 “김태흠 의원에 대한 출마 권유는 사실상 공천을 내락한 셈으로,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선거는 당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핵관들의 선거 출마에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냐는 물음에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본인의 결단”이라며 “당선인이 나가라 마라 말씀하신 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