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벗기 위해 올해 안에 계열사 30~40개를 정리하겠다는 강수를 띄웠다. 동시에 5년간 3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을 돕는다. 여태 10% 안팎에 머물렀던 해외 매출 비중도 오는 2025년 30%까지 늘려 내수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6일 카카오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카카오 전체 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격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가 주축이 돼 상생안 및 해외 사업 방향을 공유했다. 홍은택, 김성수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장과 함께 남궁훈 대표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홍 센터장이 3000억 원 규모 상생기금의 활용처를 소개하며 운을 띄웠다. 지난해 9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전사 차원에서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지 6개월 만이다. 홍 센터장은 “그동안 카카오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며 “고민 끝에 소상공인, 디지털콘텐츠 창작자, 공연 예술 창작자,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 스타트업과 사회혁신가, 지역 사회와 이동 약자 총 6가지 분야를 정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그 일환으로 각각 소상공인과 농수산물 생산자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소신상인’· '제가버치' 프로젝트를 올해 중으로 시작한다. 또 5년간 최소 100억 원을 출자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창작지원재단(가칭)’을 설립한다.
‘내수 기업’ 이미지 탈피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10% 안팎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카카오픽코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전진기지로 삼아 해외 진출에 적극 속도를 낸다. 픽코마는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웹툰 플랫폼을 유럽 시장으로 확장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미국과 아세안, 중화권, 인도 시장에서 웹툰·웹소설 플랫폼 및 음악·미디어 사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오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현재 대비 3배 수준까지 키우고, 그 중 북미 거래액만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반면 국내에서는 과감한 ‘가지치기’를 통해 옥석을 가려낸다. 이를 위해 현재 134개에 육박하는 국내 계열사를 연내 100개 안팎으로 줄인다. 카카오는 그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세를 불려왔지만,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자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 센터장은 “134개 계열사 중 80개 가량이 콘텐츠 제작 파트너사인 만큼 계열사 숫자보다는 어떤 계열사를 인수했는지 봐 달라”면서도 “핵심사업과 벗어난 계열사는 계속 정리중이고, 연말까지 30~40개 계열사를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미용실 중개 사업도 현재 지분 정리를 추진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자회사의 잇단 상장에 대해선 최근 문제되고 있는 분할 상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는 매출 기여도가 높은 사업을 나중에 분사한 것이 아니라, 사업 초기에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거나 인수해 외부 자금 유치와 서비스 확장 등을 통해 현재 규모로 성장시켰다"며 "자회사들의 성장과 함께 카카오의 주주가치도 크게 증대되었기 때문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분할 상장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본사에서 잘 되고 있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