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을 듣자마자 너무 직설적이었어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라는 그 말이 굉장히 직접적이어서 오히려 궁금했죠.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천우희 배우)
"사실 처음에는 코미디인 줄 알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다시 제목을 보니까 정말 강렬한 느낌이었죠." (고창석 배우)
7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보고회에서 김지훈 감독은 우선 강렬한 영화 제목에 대해 "10년 전 우연히 연극을 보고 제목이 너무 놀라웠었다"라고 첫 인상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응징하고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가서 얼굴을 보고싶다'라는, 그 제목이 주는 분노감이 가장 영화 주제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지훈 감독의 신작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동명의 연극에서 출발했다. 일본 후쿠호카 현에서 중학생 자살 사건이 벌어지고, 가해자로 여겨졌던 다섯 명의 학생은 장례식장에서 관 속을 들여다보며 웃었다는 끔찍한 실제 사건이 바탕이다.
제한적인 시공간을 담은 희곡을 김지훈 감독이 6년이라는 긴 시간 공을 들여 장편 영화 시나리오로 완성했다. 김지훈 감독이 원작자를 찾아갔을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완성했고 원작자도 "진심이 전해졌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여기에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를 비롯해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을 더했다.
영화는 대한민국 최상위 1% 부모들의 자녀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 사립 한음 국제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 문제를 가해자 부모의 시선이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만큼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감독과 배우가 입모아 강조하기도 했다. 설경구 배우는 “저희 영화를 보시고 피해자 건우의 얼굴과 마음을 가슴 속에 담아주시길 바란다"라고 했고 천우희 배우는 “불편해도 화두를 던져야만 하는 작품이고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설경구 배우는 극에서 치밀하고 냉철한 전략가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그의 아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된다. 설경구 배우는 무엇보다 가해자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애썼다고. 그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믿어보려고 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면서 "'정말 아니구나'라고, 믿고싶고 믿어야 할 것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복잡한 감정을 지닌 역할을 이해하고 해석해내기 위해 오래 고민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나중에는 더 설득력있는 연기를 위해 직접 장면 핵심 대사를 고쳐서 연기하기도 했다.
천우희 배우는 학교 폭력의 진실을 밝히려는 한음 국제중학교 기간제 교사 송정욱 역할로 등장한다. 가해자 부모들 사이에서 피해자 친구들을 도와주려는 조력자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정의감에 불타는 윤리적인 인물도 아니라고. 그저 누구나 갖고 있는 정의감으로 진실에 그저 '한 스푼'을 더하려고 하지만 힘에 많이 부치기도 하는 인물이다.
동료 배우들은 하나같이 "어려운 역할"이라고 말했다. 가해자 학부모는 자신의 처지가 일관되지만 송정욱은 그렇지 않다는 것. 한편으로는 너무 약하면서 잘못하면 투사처럼 비춰질 수도 있는 역할인데 특히 고창석 배우는 천우희 배우 캐스팅 소식을 듣고는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천우희 배우는 처음에는 출연 제의를 고사하기도 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원작 낭독공연도 보고 연극 무대도 봤었기에 팬으로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싶었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먼저 캐스팅됐던 설경구 배우가 직접 천우희 배우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작품 안 했으면 어떡할 뻔 했을까 싶다"라고 천우희 배우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송정욱 역에 대해 "가장 인간적인, 평범한 인물이다"라며 "윤리나 정의감은 누구나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사회나 관계 속에서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보니 그런 불안정한 모습, 어리숙한 모습들을 보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송정욱은 어떻게든 정의를 지켜내려고 노력한다. 천우희 배우는 "그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창석 배우는 국제중학교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수학 선생 정선생 역할이다. 학부모로서의 입장, 학생들의 입장, 기간제 교사의 입장, 학교의 입장 등 다방면으로 정보가 빠삭하고 치밀하게 눈치를 보는 인물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연기를 하며 처음으로 '죄책감'이 들어서 "힘들었었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피해자 건우의 엄마로 문소리 배우가 캐스팅됐다. 김지훈 감독은 "문소리 배우님은 아픔을 가장 영화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말하며 "마냥 슬퍼하고 분노하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워낙 강렬하고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한 영화라 촬영장 분위기도 어두울 수 있었지만 실제 촬영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훈훈했다는 후문이다. 천우희 배우는 "촬영 끝나고 술 한 잔 하며 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좋았다"면서 "손에 꼽을 만큼 훈훈하고 좋았던 현장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감독은 배우들이 상황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 창조에 몰두한 모습이었다. 대한민국 상위 1% 자녀만이 다닐 수 있는 학교라는 특별하고 차별화한 공간을 마치 '진짜'처럼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고창석 배우는 "제가 생각했던 학교 공간과 많이 달랐다"면서 "주눅이 들기도 하고 우월감이 들기도 하는 감정이 세트장에서 바로 들었다"라며 "공간 만으로도 노력이 느껴졌다"고 했다.
설경구 배우는 특별히 사각형으로 연결돼 있는 아파트 복도를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 꼽았다. 그 사각의 공간에 어른들이 가서 아이들을 한 곳으로 모는 장면이었는데, 설경구 배우는 "되게 묘하더라"라며 "흔치 않은 공간에서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보고 장면 하나하나 신경을 되게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에서 가해자 부모는 부모라는 입장에서 갖게 되는 자식에 대한 절대적인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자식에게만 관대해지는 암묵적인 도덕적 잣대를 세운다. 오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