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형사사법체계 흔드는 헌법 파괴 행위” 집단반발 확산

■‘검수완박’에 공개 반기

“총장은 머리 박은 타조냐” 성토

김오수 “현상황 무겁게 받아들여”

대검 “수사기능 폐지 반대” 입장문

고검장 이어 11일엔 검사장 회의

김오수 검찰총장이 1일 오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오수 검찰총장이 1일 오전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마무리하려는 정부 여당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입을 굳게 닫은 지휘부를 향한 검찰 내부의 불만까지 터져 나오자 그동안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김오수 검찰총장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선 검찰청에서 긴급 검사회의가 소집되면서 검찰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은 8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찰청은 정치권의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70여 년간 시행되던 형사 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으로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 범죄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검은 또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들을 위해 한 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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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상임위원 사보임을 놓고 정권 교체 전 ‘검수완박’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자 대검은 이날 오후 김 총장 주재로 전국 고등검사장회의를 열고 “검찰 수사 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대검 입장에 깊이 공감한다”며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현 상황에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후속으로 11일에는 대검에서 전국 검사장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수도권 검사장 위주로 모이는 이 자리에서는 정치권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는 상황과 검찰 수사의 공정성 및 중립성 확보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일환으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등이 개정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됐다.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수완박’ 법안이 추가로 처리될 경우 검찰은 남은 수사권마저 중대범죄수사청에 넘기고 기소만 전담하게 된다.

대검이 ‘검수완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검찰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는 위기감뿐만 아니라 김 총장에 대한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까지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사법연수원 32기)이 검찰 내부망에 김 총장 승인을 거쳐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지휘부를 향한 입장 표명 요구가 터져 나왔다. 권 과장은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인데 복잡하고 비용이 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유보하고 우선 검찰 수사권 폐지만 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며 “형사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도 다수당이 마음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일선 검사들은 수십 개의 댓글로 권 과장의 글에 지지의 뜻을 밝혔다.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29기)은 “소추권자가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헌법상 규정된 검사의 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 질서 파괴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이날 구성원 약 150명의 화상회의를 주재하면서 ‘검수완박’ 반대 의사를 모았다. 회의에서는 “개정법 시행 1년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성과와 부작용 분석도 않고 또 다른 법을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개정이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상황에서 추진되는 점이 염려스럽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의정부지검·수원지검·인천지검 등도 이날 검수완박 관련 회의를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창영 기자·이진석 기자·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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