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물류 멈출라…월마트, 트럭기사 초봉 1.3억원 파격 인상 [글로벌 Why]

■최악 물류난에 높아지는 트럭 운전사 몸값

운송 수요 크게 느는데 기사 부족

처우 후한 월마트 26%나 올려

"트럭기사 없으면 미국이 멈춘다"

바이든도 기금확대 등 지원 약속

유럽·남미선 트럭 파업시위 확산

치솟는 인플레 가중 압력 우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월마트 점포의 모습. AP연합뉴스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월마트 점포의 모습. AP연합뉴스




글로벌 물류난의 여파로 각국에서 트럭 운전사들의 몸값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가 트럭 기사의 초봉을 26%나 올려 최고 11만 달러(약 1억 3426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유럽·남미 등에서는 트럭 운전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파업과 대규모 시위에 나서면서 물류난이 가중되고 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의 첫해 연봉을 8만 7000달러에서 9만 5000~11만 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다른 부문의 직원을 트럭 기사로 투입하기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확대해 텍사스와 델라웨어주에서 상업용 운전면허증 취득을 위한 12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1인당 4000∼5000달러의 비용을 회사가 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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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트럭 운전사에 대한 대우가 후하기로 유명하다. 2020년 미국 대형 트럭 기사의 연평균 임금이 4만 7130달러에 그쳤을 때 월마트는 이미 초봉으로 8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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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 유독 화끈한 처우를 내건 것은 최악의 물류난에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과 중앙은행의 천문학적 돈 풀기로 수요가 급반등하고 온라인 쇼핑이 갈수록 늘어 물류 운송 수요가 급증했다. 반면 수년간 계속된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물품을 운반해야 하는 트럭 운전사도 턱없이 부족해졌다. 월마트가 지난해 역대 최다인 4500명의 트럭 기사를 채용한 데 이어 이번에 대폭 임금 인상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북미 화물 운송 컨설팅 업체 FTR운송정보의 조너선 스탁스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다른 기업들도 월마트를 따라 트럭 운전사의 임금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에 따르면 대형 유통사들은 물품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 외주를 줬던 운송 업무도 본사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 창고형 대형마트인 BJ클럽은 올 1월 4개의 택배 물류 센터와 이와 연계된 트럭 운전사들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해 조 바이든 대통령도 트럭 산업 지원에 나섰다. 고물가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트럭 운송 부문의 막힌 고리라도 풀어야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4일 백악관 잔디밭에 트럭을 세워놓고 운전사들을 초청해 “투자은행 종사자들이 모두 일을 그만둬도 많은 것이 변하지 않겠지만 트럭 기사들이 관둔다면 모든 것이 멈출 것”이라며 “미국을 계속 움직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추켜세웠다. 미 정부는 지난해 말 트럭 운전면허 발급과 관련한 연방기금 지원을 늘리는 등의 액션 플랜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남미 등에서는 트럭 기사들이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경제난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탈리아 운수산업연맹은 지난달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연료 가격 때문에 더 이상 계약상의 의무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며 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는 이달 11일 열리는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가 도시 전체를 봉쇄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페루에서는 지난달 28일 전국화물운송협회(GNTC)가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한 항의로 실시한 파업이 대규모 시위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물류난 속에 트럭 운전사의 임금 급등과 파업은 그렇지 않아도 높은 물가 상승률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스탁스 CIO는 “운송 부문에서 일부 인플레이션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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