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내일 전국 검사장회의…‘검수완박’ 저지 총력전

개정안 위헌 우려 지적…‘범죄 대응 역량 약화·혼란 가중’

야권도 비판 강도 높여…권성동 "검수완박은 중대 범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10일 오전 전경.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10일 오전 전경. 연합뉴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법률적 오류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11일에는 전국 검사장회의까지 예상돼 있어, 12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검찰 반발 기조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11일 오전 10시 대검찰청 15층 회의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 기조부장, 전국 지검장 18명이 모인 가운데 ‘검수완박’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회의 시작 직전 즈음 김 총장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검찰 직접 수사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 등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검이 지난해 국회 법률안에 낸 검토 보고서를 보면 대검은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인권 보호 및 수사 주체로서의 헌법상 검사의 기능을 부정하고, 검찰 제도의 본질과도 상충해 위헌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와 기소, 재판이 모두 따로 이뤄지는 구조에서는 검사가 구속기간 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고, 재판 중에 발생하는 각종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특히 지능화·조직화 된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 역량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중대범죄의 경우 기록의 분량이 매우 방대하고, 증거관계와 법리가 매우 복잡해 수사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인 검찰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사법경찰의 송치·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및 재수사 요청 등 절차 규정을 삭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법 통제 절차를 강화하고자 한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법과 제도를 바꾼다면 국가 사법 체계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내용도 지적 사항으로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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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같은 논리들을 토대로 ‘검수완박’ 법안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의 법 개정 움직임이 알려진 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여당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법안 처리 방식을 비판하며 법안 개정이 불러올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대구나 수원, 인천 등 일선 지검에서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릴레이 회의’가 열렸다.

민주당 출신인 박범계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 내부에서도 검찰국 이름으로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대검도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후 입법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8일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문제를 논의한 뒤 법안 개정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1일에는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해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야권도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의 ‘검수완박’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실권자들,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이재명 전 대선 후보와 부인의 범죄 행위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천인공노할 범죄”라고 규탄했다.

검찰 내에선 대검 지휘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권이 형사 사법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는데도 검찰총장과 지휘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침묵하던 지휘부가 정권 교체를 앞두고 ‘검수완박 반대’ 주장을 하는 것이 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 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고검장 회의에 참석한) 김오수 총장과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검찰개혁 관련 법령이 개정될 당시 각각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본인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채, 앞으로 가열차게 검찰개혁을 추진해나가자고 선언하시는 그 의기양양함을 보니 영화 ‘메멘토’의 한 장면으로 들어간 착각이 들 지경”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일제시대 조선인이 ‘나카무라’로 ‘창씨개명’을 했다가 해방 이후 미군정 시대에는 ‘스미스’로 이름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인용하며 “‘나카무라 스미스’씨도 우리의 직장동료이니 잘 지낼 수 있으면 원만히 지내고 싶지만, 과거 창씨개명 시절 행적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과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현 검찰 지휘부를 비판했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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